대전경찰청 제공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 김하늘(7) 양을 흉기로 살해한 교사 명재완(48) 씨를 상대로 법원이 정신감정을 채택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 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심리하면서 정신감정을 채택했다. 이날 증인 신문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을 퇴정 조치하는 등 비공개 상태에서 열렸다.

명 씨 측 변호인은 범행 당시 명 씨의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았다며 정신감정을 재차 요청했다. 변호인은 “정신질환의 심각성을 보여준 방증”이라며 “피고인은 아무 이유 없이 동료를 폭행하는 등 25년 간 교사로 지내오며 원래는 보이지 않던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명 씨가 범행 수법을 미리 연구하고 흉기를 구입해 범행 장소에 숨겨놓는 등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살인 방법을 검색하고 방음이 된다는 이유로 시청각실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 흉기를 미리 구입하며 동료 교사에게 커피를 사러 나갔다 왔다고 거짓말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며 “또 피해자를 유인해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아동이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이 찾으러 올 게 걱정하며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신의 행위의 결과를 예측했다”고 밝혔다.

또 “우울증으로 인한 휴직을 한 뒤 조기 복직을 위해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는 취지로 말하며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끊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범죄 심리분석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법정형의 중한 사건인 점을 강조하며 재범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정신감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신감정 절차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명 씨는 재판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반성문을 총 50번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 씨가 정신분열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반성문을 작성해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께 전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는 김 양을 시청각실로 데려가 직접 구입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월 명 씨의 교사직을 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