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건설사 겁박 죄질 불량해”

다른 노조에 밀려 조합원들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자 “노조 전임비라도 달라”며 돈을 뜯은 간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9월~2023년 1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생활숙박시설 공사 현장을 찾아가 시공사 측에 4차례에 걸쳐 노조 전임비 명목의 돈 391만여 원을 뜯은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18년부터 2022년 5월까지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 부산지부 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새로 지부를 만들어 활동 중인 옛 동료 B 씨에게서 “2022년 6월 시공사에 찾아가 우리 조합원 채용을 요구했으나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로 인부가 다 차서 채용을 못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해들었다.

2020년께부터 부산 울산 경남 건설 기계장비 현장은 민주노총이 대세였던 터라 조합원 다수가 민주노총으로 옮겨간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이나 산별노조 조합원은 채용되기 어려웠다.

해당 시공사 대표와 친분이 있는 A 씨는 B 씨의 노조 동료 C 씨와 함께 시공사를 찾아갔다.

이들은 “인부가 다 차서 조합원을 못 쓰면 단체협약을 체결해 달라, 현장 청소 등의 일이라도 달라, 안 되면 노조 전임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시공사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공사 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거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 건수를 잡아 신고해 공사 지연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과 단체협약을 맺었다.

정 판사는 “공사 지연 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는 건설사를 겁박해 이른바 노조 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갈취한 것으로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