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 6층 화재 현장에서 지난 3일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아파트 화재로 목숨을 잃은 어린 자매(국제신문 4일 자 1면 보도)는 다량의 연기 흡입 탓에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숨진 자매를 부검한 결과 몸에서 화상 외 다른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다량의 연기 흡입을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계속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경찰 소방 국과수 합동 감식에서는 발화 지점이 에어컨 주변으로 확인됐다. 에어컨 전원선이 꽂힌 멀티탭에서 전선 단락 흔적이 발견됐다. 거실 바닥에는 층간소음 매트 등 가연성 물질이 있어 화재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나기 2시간여 전부터 이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했고 20여 분 전엔 관리사무소에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지만, 경찰은 전력 과부하가 화재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본다.

지난 2일 밤 10시58분께 기장군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나 집에 있던 A(9) 양과 B(6) 양 자매가 각각 베란다와 현관문 중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자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자매와 함께 있던 부모는 화재 당일 정전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씻기려 인근 친척 집으로 데려갔다. 이후 어머니는 밤 10시20분께 자매와 귀가했다가 얼마 후 다시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장사를 마치고 오후 9시48분께 집에 돌아왔다가 외출했다.

지난 2일 밤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 6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앞서 지난달 24일 새벽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4층에서도 불이 나 초등생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부모는 새벽일을 나가 자매만 집에 있었다. 두 화재는 원인과 상황이 비슷하고, 자매만 있던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소방청은 먼저 화재가 난 개금동 아파트가 1994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지난 1일부터 전국 노후 아파트 점검에 들어갔다. 20년 된 9894개 단지 중 10%를 위험도 순으로 점검한다. 이번에 불이 난 기장군 아파트 역시 스프링클러가 없었지만, 완공된 지 18년 돼 점검 대상에서는 빠졌다.

부산에서 어린 자매가 희생된 참사가 잇따르자 정부는 4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부산 아파트 화재 아동 사망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어린 생명들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해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한다”며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 부모들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수요가 많은 지역과 저소득 가구 등을 우선 대상으로 돌봄 지원을 확대하겠다. 특히 심야 시간대나 긴급한 돌봄 공백 상황에 대비해 아이 돌봄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며 “심야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를 거쳐 시간을 연장하고, 실시 기관도 이른 시일 안에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고들은 모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 지어진 아파트에서 발생했다”며 “스프링클러를 사후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지 기술적·재정적 측면에서 전문가와 검토해 국민께 소상히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