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의 사무실에서 압수된 휴대전화의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실시간으로 통화·문자를 감청하고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A(50대) 씨를 구속하고, A 씨를 도와 프로그램 홍보와 서버 관리 등을 한 일당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우자 등을 불법으로 감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B 씨 등 1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A 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간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면 통화·문자 내용과 위치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를 자체 제작 홈페이지에서 판매해 6000여 명에게서 27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 프로그램을 구매한 B 씨 등은 같은 기간 배우자·연인 등의 휴대전화에 몰래 앱을 설치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통화·문자 내용과 위치정보를 불법으로 감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홈페이지에서 ‘자녀 감시용 위치추적 앱’이라며 합법적인 프로그램인 것처럼 광고했지만, 블로그 등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는 ‘배우자·연인 등의 외도를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홍보했다. 실제 이들이 판매한 앱은 통화·문자 내용과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훔쳐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 자사 서버에 저장돼 언제든지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기능 등도 갖췄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악성 앱이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앱 아이콘이 보이지 않도록 제작하고, 휴대전화에 설치된 백신 앱에 탐지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구매자에게 알려주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특히 이들은 백신 프로그램을 만든 업체에 자신의 앱이 설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1명당 3개월마다 150만~200만 원을 받고 앱의 이용권을 판매했다. 이용자들은 몰래 상대방 휴대전화의 잠금을 해제한 뒤 안내에 따라 손쉽게 이 앱을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배우자·연인 등을 감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악성 프로그램으로 불법 수집한 200여만 개의 위치정보와 12만 개의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했다. 또 범행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중 16억6000만 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했다. 경찰은 어떤 사유로 든 타인의 통화 내용을 감청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이런 악성 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백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타인이 휴대전화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잠금 기능을 설정하는 등 보안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