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유네스코 지정 받아
- 산업도시에 역사·문화 더해져
-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등 추진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를 새로운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울산시가 사업을 추진한 지 20년,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거둔 쾌거다.

신동기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문화유산추진단장이 최근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데 대한 의의와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방종근 기자

반구천의 암각화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보물이 되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을 일련의 과정들과 등재 의의 등에 대해 실무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신동기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장으로부터 들어 보았다.

먼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이 된 것에 대한 의의를 물었다. 신 단장은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한 인류사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이라며 “이번 선정 과정에서 심사를 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단 한 명도 이견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반구천 암각화에 대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두동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등 2개 바위그림을 포함하는 유산이다. 각각 선사시대와 청동기 및 신라시대 선조들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어 고고학적, 예술적 가치를 지녀 국보로 지정돼 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반구천(대곡천) 절벽에 가로 8ｍ, 세로 4.5ｍ가량(주 암면 기준) 크기로 새겨진 바위그림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과 바다·육지 동물 등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신석기 시대 수렵·어로 모습을 표현해 세계적으로도 드문 유적으로 평가받는 이 문화유산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암각화가 불어난 하천에 잠겼다가 다시 물 밖으로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보존은커녕 훼손 가속이 우려되는 점이다.

신 단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년간 지질연구나 보존 방안 등에 대한 용역만 30여 차례 실시했고, 유네스코에 앞서 국가유산청 승인을 받는데도 수많은 난관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며 그는 이 일을 맡은 지난 1년 동안 매달 2,3번은 반구천을 찾았을 정도로 발품도 팔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세계유산 지정이 가져다 줄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이고, 울산시는 관련된 어떤 사업을 구상중일까. 그는 “이제 우리만의 보물이 아니라 국제적인 유산이 된 만큼 암각화를 찾는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보존을 위한 유지 관리가 더욱 체계화되고 강화됨을 뜻한다”며 “일례로 앞으로 암각화 반경 3㎞ 이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에 대해 유네스코 보고 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5년 마다 현장 실사 및 관리 실태 등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들이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암각화의 가치를 널리 홍보해 관광 자원화 하기 위해 세계암각화센터 건립과 세계역사도시연맹(LHC) 가입 등 22개 사업을 역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울산은 ‘산업도시’뿐만 아니라 ‘세계유산 도시’라는 품격 높은 이미지가 더해졌다. 산업과 역사, 문화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한 곳에 공존하는 도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는 울산시민의 자부심이자 자랑이 될 것”이라며 “‘7000년 전 선사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산업도시 울산’을 알리는데 시민의 많은 성원과 격려가 더해진다면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