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밀수출 일당을 도와 호주로 넘어온 밀담배를 현지에서 보관한 프로 낚시선수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왔다.

합판에 숨겨진 담배. 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 국제신문 DB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단독 김정우 부장판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프로 낚시선수 A(30대) 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밀수출 총책 B 씨와 공모해 2022년 12월 8일 부산본부세관에 담배 7만5520갑(국내도매가 3억736만여 원)을 내부에 넣은 합판 보드를 마치 합판 제품인 것처럼 수출 신고해 호주로 밀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호주는 세계에서 담배값이 가장 비싼 국가다. 한 갑에 3만5000원 수준으로, 국내 가격과 8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시세 차익을 노린 B 씨는 영국산 맨체스터나 국산 에쎄 등 담배를 합판 속에 숨긴 뒤 호주로 밀수출하기로 하고 2022년 1~2월 고향 후배 C 씨에게 위장 수출회사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A 씨에겐 호주에서 이 합판을 수입할 위장회사 차리도록 했다.

B 씨가 시킨 대로 C 씨는 청주에 창고를 빌리곤 밀수출할 담배를 합판 속에 은닉하는 작업을 맡았다. 그는 또 다른 공범을 섭외, 담배가 은닉된 합판을 위장 수출할 업체도 설립하도록 만들었다. A 씨도 자신과 제3자의 명의로 호주에 가짜 수입회사 3곳을 차렸다. 또 통관 과정에서 호주세관의 검사 정도·방법을 B 씨에게 알려주고, 합판이 호주에 도착하면 현지 창고에 보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B 씨는 12㎜ 상당 합판 2장을 붙인 합판 보드를 구매한 뒤 이를 창고로 옮겨 사각형 모양 구멍을 파내고, 이 합판 보드 아랫면에 3㎜ 상당의 합판을 붙여 내부에 담배 넣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그 뒤 담배를 숨겨 부산신항으로 옮겼다.

A 씨는 일당의 또 다른 밀수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단을 받았다. 김 판사는 “범행 규모가 적지 않다”면서도 “B 씨가 이 법정에서 A 씨가 밀수출에 관여한 바 없고, 이를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증언한 점에 비춰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A 씨가 다른 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