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상륙으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방파제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국제신문DB

미국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뉴올리언스는 루이 암스트롱이 태어난 곳으로 재즈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2005년 8월 말, 풍부한 재즈 음악이 흐르던 이 도시가 하루아침에 고요해졌다. 강력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이 태풍은 1,8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천억 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태풍 피해를 남겼다.

우리나라에 잊을 수 없는 큰 피해를 준 태풍인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도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인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발생하였다. 실제로 가을의 초입인 9월은 한여름인 8월과 함께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로, 평년(1991~2020년) 기준 가장 많은 5.6개의 태풍이 발생한 8월에 이어 9월에 5.1개의 태풍이 발생하였다.

가을철에 찾아오는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더 위험하다. 그 이유는 먼저, 태풍의 이동 경로가 한반도를 향하기 쉽기 때문이다.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강하게 자리할 때는 태풍이 주로 중국 쪽으로 이동하지만, 가을이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한반도 남동 해안에 위치한 부산은 태풍이 북상하는 경로에 놓여 있어, 가을 태풍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는 첫 관문이 되곤 한다.

가을 바다가 여름 바다보다 뜨겁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여름 내내 데워져 가을철에 가장 온도가 높아진 바다는 해수면에서 열에너지를 얻는 태풍에게 좋은 동력으로 작용한다. 태풍이 북상하면서도 세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뜨거운 수증기를 머금은 태풍은 강한 바람과 함께 집중호우를 동반하며 부산의 해안 저지대나 도시 중심지를 침수시키고, 교통과 전력 등의 인프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가을 태풍이 무서운 마지막 이유는 가을 수확기와 겹쳐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벼와 과일, 채소 등 작물 대부분이 수확을 앞둔 시기에 태풍이 지나가면, 한 해 농사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유통과 물류 시스템까지 연쇄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 특히 항만 물류의 중심지인 부산은 하역 중단, 선박 통제, 항만시설 파손 등 태풍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크고, 피해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가을 태풍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닌, 시기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복합 재난이다. 이에 기상청은 태풍으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태풍 정보를 보다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등 태풍 정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태풍 예보 기간을 3일에서 5일로 연장하였으며, 열대저압부를 예보하고 태풍 강도에 최고 등급 ‘초강력’을 신설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태풍 강도 표현을 ‘-’, ‘중’, ‘강’ 등과 같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성적 표현에서 정량적 숫자 체계(강도1~5)로 전환하여, 누구나 태풍의 강도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 또한, 태풍의 진로와 강도를 하나의 색으로만 표시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예상 진로를 강도 등급별로 다른 색상으로 표시하여, 태풍의 진행 경로와 강도의 변화를 한 번에 파악하고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 등 방재 관계기관이 태풍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재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태풍해설서를 정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태풍해설서에는 해수면온도, 기압계, 상층 기류 등 예보관이 태풍예보를 위해 활용한 다양한 분석자료와 예측 근거가 포함되어, 태풍 발생과 발달 과정의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이미선 기상청장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태풍 예보를 생산하는 기상청과 방재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태풍 접근 시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기상특보나 재난 안내 문자에 따라 행동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평소 집 주변 배수구, 창문, 옥상 등의 취약 지점을 점검하고, 비상시 대피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태풍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비한다면 태풍 피해를 줄이고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다가오는 가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기상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속하고 정확하며 실효성 있는 태풍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