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건 소개 받고 추가 인센티브
- 해당 경찰, 타 변호사에도 접근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다 복직한 경찰관과 유착해 대가를 주고 수사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사건을 소개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산지역 변호사(국제신문 지난달 8일 자 온라인 등 보도)는 급여는 물론 추가 인센티브를 줘가며 현직 경찰관을 ‘관리’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문제의 변호사와 유착한 경찰관은 차후 또 다른 변호사에게 자신이 먼저 접근해 사건을 넘기고 돈을 받는 등 범행을 직접 주도하기도 했다.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변호사 사무실들. 국제신문 DB

9일 국제신문이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구속 변호사 A 씨 사건 공소장을 보면, 그는 복직 경찰관 B(2023년 11월 사망) 씨에게서 각종 내부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5월 27일부터 2023년 6월 26일까지 자신이나 본인 사무실이 수임한 사건의 경찰 내부 지침이나 형사 사건 진행 상황, 수배 정보 조회 등 수사정보·편의를 받은 것이다.

그 대가로 A 씨는 매달 200만 원을 급여처럼 B 씨에게 지급했다. 총 지급 액수는 13개월간 2600만 원에 이르렀다. 또 A 씨는 B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 사건을 소개해 선임이 이뤄지면 급여 격의 금품 외 추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A 씨는 2021년 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10건의 사건을 소개받아 B 씨에게 인센티브를 줬다. 전달된 금품의 구체적 액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A 씨가 B 씨를 통해 챙긴 사건은 수임료가 총 6460만 원으로, 사건당 450만~900만 원 수준이었다. B 씨가 A 씨 사무실에 준 사건 중에는 부산지역 경찰관들이 장의업자에게 변사 사건 정보를 흘려줘 다른 업자보다 먼저 변사자 유족과 만나 시신을 장례식장에 운구할 수 있도록 도운 사건 등이 포함됐다.

A 씨와 함께 기소된 변호사 C 씨는 B 씨에게서 수임료 900만 원짜리 고소 사건을 챙긴 뒤 대가로 580만 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C 씨는 2021년 5월~2023년 1월 A 씨 사무실 소속으로 일했다. B 씨가 사무장으로 일하던 무렵이다. 복직한 B 씨는 2023년 4월 C 씨에게 ‘월 150만 원씩 주면 함께 일하면서 사건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A 씨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한 B 씨가 이번에는 C 씨에게 먼저 검은 손길을 내민 것이다.

검찰 공소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법조계에서는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역 한 변호사는 “부산에서만 변호사가 1300명이 넘는 실정이라 사무실마다 사건 하나 수임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열심히 사건을 따오지 않으면 사무실을 유지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A 씨 사건은 이런 법조계 사정이 점차 변호사들을 유착 비리와 같은 유혹에 시달리도록 만들지 모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뇌물공여·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C 씨의 첫 공판기일은 오는 17일로 예정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역 전현직 경찰관 등을 상대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