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공소시효를 놓고 공방이 벌어진다. 선거법 공소시효가 임박해 체포가 필요하다는 검경 주장에 이 전 위원장 측은 “공소시효가 6개월이 아니라 10년”이라고 맞섰다.

이 전 위원장 측 임무영 변호사는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소시효는 6개월이 아닌 10년이고, 따라서 아직 적어도 9년 6개월 이상 여유가 있다”며 “경찰과 검찰이 주장하는 시기적 긴급성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날 법원의 체포적부심사에서 검찰은 이 전 위원장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오는 12월 3일 만료되는데,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해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역시 이 전 위원장을 석방하면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를 신속히 소환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체포의 적법성은 인정했다.

반면 이 전 위원장 측은 선거법상 일반적 공소시효는 6개월이지만, 같은 법 제268조 제3항을 근거로 이 전 위원장이 받는 혐의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 아닌 10년이라고 주장했다.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68조는 제1항에서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 후 6개월(선거일 후에 행해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개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고 규정한다. 이 같은 규정에도 제3항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이 법에 규정된 죄의 공소시효는 해당 선거일 후 10년(선거일 후에 행해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10년)을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고 부연한다.

임 변호사가 공개한 체포영장에는 이 전 위원장이 ‘정무적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발언을 했고, ‘정무직 공무원 신분으로 그 직무와 지위를 이용하여’ 재·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적혔다.

이에 임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제268조 제3항에 따라 이 전 위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가 검경 주장처럼 오는 12월3일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임 변호사는 “기본적 법률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체포영장을 신청·청구하는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영등포경찰서장 등이 사퇴 등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까지 이 전 위원장을 두 차례 조사한 경찰은 추석 연휴 이후 3차 조사를 거친 뒤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체포나 구속 등으로 이 전 위원장의 신병을 다시 확보하려고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