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노리고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국제신문 지난 6월 20일 8면 보도)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원 이미지. 국제신문DB

부산지법동부지원 형사2부(김병주 부장판사)는 16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30대)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3월 26일 아버지 B(60대) 씨가 거주하던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그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잠든 B 씨를 깨워 흉기를 휘둘렀고, 도망하는 아버지를 쫓아 끝내 살해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해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CTV 영상 자료와 부검 감정서 등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존속살해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계획적 살인 범행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은 가중 요소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범행 직전 CCCTV 사각지대에서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신발은 신은 채로 B 씨 집으로 들어가 목장갑을 착용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에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 내역을 남기는 등 알리바이를 만들려 시도한 점과, 피 묻은 옷가지와 신발도 자신의 동거녀에게 폐기하라고 지시한 점 등이 인정됐다.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8월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권고사직을 당해, 무직 상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등도 부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해 12월 친형 C(40대) 씨가 갑작스레 숨졌고, 2019년 사망한 모친이 그에게 남긴 동래구 명장동 한 맨션 상속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1순위 상속권자인 B 씨의 상속권 포기가 우선돼야 했다. 이에 A 씨가 B 씨를 찾아가 상속 포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A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외도로 가정 파탄을 겪으며 B 씨에 대한 원망과 불화로 최근 10년간 연락하지 않았다. A 씨가 마지막 설득을 위해 찾아온 지난 3월 25일에는 B 씨가 “네가 형을 죽인 것 아니냐”고 의심했고, 다음 날 범행이 일어났다.

이와 별개로 A 씨는 친형을 살해한 혐의(강도 살인 등)로도 재판받는다. A 씨는 앞서 수면유도제를 이용해 C 씨를 살해한 혐의로 서울 한 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후 A 씨는 부산 사건으로 조사받던 중 형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이후 이를 뒤집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검경은 보강 수사를 거쳐 살인 정황을 확보해 A 씨를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