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마약류 판매책과 구매자의 비대면 대금 거래를 중계하고 돈세탁을 도운 대가로 수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추적을 어렵게 하거나 국내 마약 유통을 부추기는 신종 범죄 형태로, 경찰은 최근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관련 범죄 대응에 나선다.

경남경찰청. 국제신문 DB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매매) 방조와 특정금융정보법 위반(미신고) 혐의를 받는 거래소 관리자 A(20대) 씨 등 2명을 구속 상태로, 공범 B(20대) 씨 등 8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베트남으로 도주한 총책을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A 씨 등은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필로폰, 케타민, 합성대마 등 마약류 거래대금을 중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은 구매자가 무통장 방식으로 현금을 입금하면 16∼20％의 수수료를 떼고 판매책에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벌였다. A 씨 등은 텔레그램 채널 등을 통해 불법 중계를 광고한 뒤 판매책이 연락해 오면 자신들이 관리하는 대포 통장 계좌를 알려줬고, 판매책은 구매자에게 이 계좌로 입금을 유도했다. 대부분 지인 사이인 A 씨 등은 이 과정에서 별도 사무실 등을 운영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점조직 형태로 활동을 벌였다.

경찰은 경남에서 송치된 마약 관련 범죄에 A 씨 등이 운영하는 거래소가 반복적 등장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수사에 착수했고, 전국적으로 100여 건이 이곳을 통해 거래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거래자의 신원 확인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결제를 대행하는 무등록 거래소를 운영한 점은 인정했으나 마약 대금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A 씨 등이 판매책과 나눈 대화 등을 기반으로 이를 충분히 인지했다고 보고,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챙긴 범죄 수익 4억4000여만 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최근 이런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지난 9월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를 직접 유통하거나 투약하지 않더라도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통해 마약류 유통에 도움을 주면 같은 죄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마약이 국민 일상에 침투하는 것을 막고 투약 사범 복귀를 도와 재범을 방지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약류 매매대금 흐름도. 경남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