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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그들은 일하러 갔다, 감금돼 돌아왔다

5년 새 80배 폭증한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태, 개인 피해 넘어선 ‘신종 안보 위협’

스캠 펜데믹 시대, 외교의 성실함이 필요한 때

  • 박효빈 인턴기자
  •  |   입력 : 2025-11-06 1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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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언제나 성실하게 틈을 파고든다.” 필리핀 파견 경찰관 실화를 다룬 책 ‘악은 성실하다’의 한 구절이다.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카지노’에서 배우 손석구가 연기한 경찰은 해외 범죄 조직을 소탕한다. 이른바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 그러나 드라마 속 코리안 데스크의 활약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캄보디아에서의 한국인 대상 범죄 심각성은 통계로 드러난다. 외교부 집계 결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1~8월 330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5년간 무려 80배 폭증했다. 지금도 현지 범죄 조직에 한국인 1000여 명이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약 80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범죄 조직 근거지가 미얀마 라오스 등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엑소더스’까지 벌어져 상황이 한층 복잡해졌다.

범죄 조직의 주요 표적은 해외 취업을 꿈꾸는 한국 청년. 현지 고수익 일자리에 현혹돼 출국했다가 취업 사기, 납치, 스캠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국내 취업난이 심각해 해외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청년이 많아졌고, 범죄 조직은 ‘고수익 IT 마케팅’ ‘해외 전문직’ 등 가짜 구인 광고로 이들을 유인한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건 감금과 착취뿐이다.

정부는 캄보디아 내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범죄 조직의 ‘성실함’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주요 범죄 조직은 이미 국경 지대나 인접 국가로 도주했다. 또 우리 경찰은 지난달 23일 현지 경찰과 회담하고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논의했지만, 캄보디아 측은 이를 거부했다. 코리안 데스크는 한국 경찰관이 현지 경찰기관에 상주하며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제도다. 대사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통해 빠른 대응과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다. 2005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10여 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 내 한인 상대 범죄가 개인 차원을 넘어섰다고 경고한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동남아시아 범죄 단지의 역내 안보 위협 실태 및 대응 방안 : 캄보디아 한인 납치·구금 사건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문제는 피해자 개인을 노린 단일 사건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안보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미국 평화연구소(USIP)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3개국을 거점으로 하는 온라인 스캠 범죄가 전 세계 97개국에서 확인됐다. 미국은 누적 피해액이 100억 달러에 이른다. ‘스캠 팬데믹’이라고 부를 만하다.

박 연구위원은 실효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국제 형사 공조의 특성상 캄보디아 측의 적극적 협조를 끌어낼 외교·안보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온라인 스캠 방지 대응책 수립과 전담 기구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 나라에서 위기에 빠진 한국인을 구하기 위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에 앞서 ‘성실한 악’이 파고들 틈을 막으려면, 정부는 물론 국민 개개인이 ‘더 성실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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