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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 미안하지만 사무실 철거 안 돼” 용호마을 하소연

용호마을 : 부산 옛 한센인 집단취락지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5-11-06 18:59:24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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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 위해 국유지 등에 주차장
- 사정 고려 눈 감아주던 남구청
- 민원에 사무실용 컨 철거 요청
- 주민 “관광지 사업비 회수 못해”
- 빚 청산 때까지 철수 불가 입장

“용호농장마을(부산 남구 옛 한센인 집단취락지) 사람들은 손발이 이래서 노동을 못 합니다. 처지 어려운 주민이 돈을 모아 우리 마을에서 추진된 관광지 개발 사업에 자금을 빌려줬다가 여태 못 돌려 받았습니다. 공무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업이 성공해 주민 빚이 청산될 때까진 버텨야 합니다. 사무실 철거는 안 됩니다.” 박현석(77) 회장의 하소연이다.
용호농장마을이 운영해 온 주차장. 마을의 유일한 수익사업 수단인 오륙도유도선이 선착장에 들어서 있다. 신심범 기자
5일 취재를 종합하면 마을 측은 사무실 철거 등을 놓고 남구와 대립 중이다. 남구는 지난 8월 마을 측이 운영 중인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 일대 주차장과 마을 사무실용 컨테이너를 철수·철거하라고 요청했다. 일대 절반이 남구 소유의 국유지다. 주차장은 다음 달 남구에 넘기기로 합의됐으나 선착장 업무를 위한 사무실을 놓고는 양측 의견 대립이 여전하다.

문제가 된 땅은 1990년대 초부터 마을 측이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낚시꾼이나 관광객을 맞으려 마을 측이 바다를 매립해 만든 64면 규모 주차장이다. 1970년대부터 운영한 오륙도 유도선(38t)이 마을 법인의 유일한 수익인지라, 부대사업 겸 주차장을 꾸려 운영한 것이다. 사무실용 컨테이너도 함께 들어서 있다.

그간 남구는 ‘무단 점유’를 눈감아줬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곳으로 격리돼 성치 않은 몸을 이끌며 살아온 이들의 사정을 고려했다. 그러니 말로만 주의를 줬다. 그러다 지난 6월 국유지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점을 지적하는 민원이 정식 제기되면서 결국 조처에 나섰다.

마을 측은 언젠가 나가더라도 지금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먼저 주민의 생계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닭·돼지를 길렀던 주민은 현재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1994년부터 추진된 이기대 자연공원 용호지구 조성사업(용호씨사이드) 영향으로, 당시 주민 762명이 대부분 떠나 마을로서의 기능은 없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령의 주민 60명이 부산에 남아 법인을 통해 쌀 등 생필품과 의료 관련 소식을 전달받는다. 일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월 20만 원의 한센인 피해사건 위로지원금과 재가한센인생계비(올해 월 19만9100원)가 전부다. 이러니 주민 지원을 끊을 수 없어 마을 측이 수익 사업을 벌여야 한다.

다른 이유이자 핵심은 ‘용호씨사이드’ 사업 부진이다. 2009년 마을 측은 당시 사업자였던 M 사가 자금난을 겪자 “부도나지 말고 성공하라”며 큰 돈을 빌려줬다. 주민 여럿이 십시일반 만든 돈이다. 토지 공사를 맡은 C 사에게도 2013년 거액을 내주곤 사업 성공 시 돌려 받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M 사는 결국 부도를 맞았고, C 사도 사업 지연 탓에 변제를 미룬다.

박 회장은 “유도선 사업 등도 적자가 나 지난해 말부터는 주민에게 지급하던 쌀도 중단했다”며 “공무원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주차장은 반납했으나 사무실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구는 범칙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은 사업자의 사업 포기·부도를 겪은 데다, 현 사업자인 K 사와 C 사가 오랜 시간 유치권 분쟁까지 벌여 표류해왔다. 최근엔 C 사 필지가 경매에 나오면서 사업은 더욱 안개 속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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