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피지 못하고 여기 이름 모를 야산에 묻힌 형제·자매님들에게 고합니다. 지옥 같은 이곳에서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60년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 찾아왔습니다. 여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형제·자매님들에게 한 잔의 술과 음식을 올리오니, 부디 고통없이 행복하길 바라며 마음을 다해 위령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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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영화숙·재생원 시설이 있던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서 피해사망자를 위한 위령제가 열린 가운데 분향소에 헌화하던 한 피해생존자가 통곡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
지난 8일 오전 11시 부산 사하구 신평동 한 골목 안 공터. 1960년대 부산 집단수용시설 인권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의 피해사망자를 위한 위령제가 열린 가운데, 손석주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가 떠난 이를 기리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후 분향소에 헌화하던 한 피해생존자는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만 했나. 한 맺히고 가슴이 찢어지는 마음을 누가 알까, 이 불쌍한 형제여”라며 통곡했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던 그는 이후 한참을 울다가 주위의 부축을 받고 조용히 물러났다.
2023년부터 시작한 영화숙·재생원 피해사망자 위령제(국제신문 2023년 9월 18일 자 4면 등 보도)는 올해로 세 번째다. 피해사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하며, 올해는 처음으로 영화숙·재생원 시설이 있던 부지에서 열렸다. 현재는 시설이 모두 사라져 공터지만 여전히 피해생존자들은 그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번 위령제에 참석한 피해생존자는 45명으로, 각자 분향소에 헌화하며 먼저 떠나간 이들을 애도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피해생존자 방영숙(69) 씨는 “위령제 참석은 처음인데 분향소에 헌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식당 등 시설이 있던 자리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시설 내 누군가 죽으면 뒷산 나무를 뿌리째 뽑은 뒤 거기에 시신을 암매장하고 다시 나무를 심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암매장이 횡행했다는 증언에 따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월 국가에 유해 발굴을 권고했다. 그러나 행정절차 등으로 지난달 말에야 진실화해위의 정식 권고 공문이 보건복지부에 통보됐다. 복지부는 통보 3개월 내에 권고 사항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피해생존자들은 이른 시일 내 유해발굴 작업을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석주 대표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고도 아무도 모르게 묻힌 이들을 위해 하루빨리 발굴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