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한 치킨집이 전국을 뒤흔든 ‘상징적 장소’로 떠올랐다. 지난달 30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70분가량 만나면서다.
이른바 ‘치맥 회동’. 이후 깐부치킨 본점은 주문 폭주로 지난 1, 2일 이틀간 임시 휴업했다. 또 깐부치킨 삼성점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자, 지난 4일 젠슨 황 등 3명이 머물렀던 자리의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재계 거물 3명의 회동은 깐부치킨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맞물리며 연일 화제를 뿌린다. 이들이 치킨을 먹으며 협력을 논의했다는 소식과 함께 ‘깐부’라는 단어가 새삼 조명된다. 언론과 SNS에선 ‘깐부 회동’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깐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표준어가 아니다. 흔히 친한 친구나 짝꿍을 가리키며, 어린이 놀이 문화에서 비롯된 은어·속어다. 구슬치기나 딱지치기에서 편을 맺은 친구를 뜻하며,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다. “깐부끼리는 구슬을 빼앗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서로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함께한다는 의미다.
‘깐부’가 영어 단어 ‘combo(캄보)’ ‘combi(콤비)’ ‘camp(캠프)’ 또는 고사성어 관포지교의 ‘관포’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정확한 어원은 불명확하지만, 어린이들 사이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한다’는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전 세계 넷플릭스 조회 수 1위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도 게임 참가자들이 서로를 ‘깐부’라고 부르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깐부’가 세계로 파고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SNS 밈과 광고,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널리 활용되며 ‘동맹과 신뢰’를 나타내는 문화 키워드로 격상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 총수 3명의 회동이 깐부치킨에서 이뤄진 것을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이 회동에서 신뢰·협력·동맹이라는 은유적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우린 깐부잖아”라는 말이 놀이의 언어를 넘어 사람과 기업, 산업을 잇는 신뢰의 메시지로 확장됐다고 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