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 공사 현장에 감독관이란 지위를 악용해 룸살롱을 비롯한 향응을 제공받곤 공사업체를 겁줘 뇌물까지 뜯어내려 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차장에게 중형이 떨어졌다.
 |
| 부산법원종합청사 전경. 국제신문 DB
|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14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산업단지공단 A(40대) 전 차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A 씨를 대신해 토목업체로부터 뇌물을 뜯으려 한 B 씨는 징역 8년과 벌금 5억 원에 처했다. A 씨에게 향응을 제공한 토목업체 대표 C 씨는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수국가산단 감독관으로서 C 씨 회사와 하도급업체로부터 룸살롱 등 향응을 챙겨 받은 한편 B 씨와 공모해 C 씨로부터 하자 지적 무마 비용 명목의 뇌물 5억 원을 뜯어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씨는 A 씨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다.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여수산단 공사 현장의 감독 권한을 내세워 업체들로부터 숱한 향응을 제공받았다. 그는 공사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공사 대금 지급을 결정하는 막대한 현장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수 차례 공사와 관련한 자신의 권한을 과시하는 언행도 벌였다.
부산지역 토목업체인 C 씨 회사는 여수산단 파이프랙 구축 입찰을 따내 2022년부터 현장에 들어가 있었다. 당시 C 씨 회사는 하도급 업체들과 계약해 토목·철골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에게 일부 금액을 정산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는데, A 씨는 이를 지적하며 C 씨 업체 몫의 대금 24억 원을 내려주지 않았다. 준공 검사도 밀렸다. 이 때문에 C 씨를 비롯한 업체들은 A 씨에게 여러 차례 향응 로비를 벌였다.
준공 검사가 늦춰진 지난해 3월부터는 아예 돈을 요구하고 나섰다. A 씨와 공모한 B 씨가 C 씨 등 업체들을 측을 찾아가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은데 A 씨에게 돈을 내야 하지 않겠냐”며 5억 원을 주라고 종용한 것이다. C 씨와 통화해서는 “정리할 것 있으면 빨리 정리하라”, “A 차장과 통화해 보라”고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공사의 도면을 전달받아 업체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B 씨는 A 씨와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제외하곤 해당 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A, B 씨는 혐의를 부인해왔다. A 씨는 공사의 자문을 받기 위해 B 씨에게 도면을 건넨 것이며, 뇌물을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B 씨는 뇌물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저 건강이 나쁜 A 씨가 안타까운 마음에 챙겨주려 했을 뿐, 뇌물 수익 분배 등을 꾀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B 씨가 무단으로 A 씨 이름을 팔아 뇌물을 얻기란 구조적으로 어려운 일인 점, A 씨가 뇌물을 요구하기 전부터 수 차례 향응을 제공받아온 점 등이 근거였다.
재판부는 “A 씨는 공공기관의 직원으로서 직무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해야 함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적극적 반복적으로 향응을 요구해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외부에 숨긴 채 B 씨를 내세워 5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C 씨가 응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자 불이익을 가한다는 언행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뇌물 수수 범행을 포함한 일체 범행을 부인했고, 뒤늦게 뇌물 수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뇌물 공여자(C 씨) 측이 자발적으로 공여하려는 것이다라는 등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언행을 반복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