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 행사에서 황새들이 있는 케이지 주위로 방사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경남 김해시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 행사 도중 폐사한 천연기념물 황새의 사인에 대해 스트레스와 과도한 근육 사용으로 인한 대사성 붕괴로 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문기관 부검 결과가 나왔다.

김해시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최근 황새 텃새화 방사 과정에서 폐사한 개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비감염성 대사성 근육질환(Avian Capture Myopathy)’으로 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조직검사 결과 날개와 심장 부위에 출혈이 있었고 독성이나 바이러스 등 감염, 지병 등의 다른 요인이 없어 대사성 근육질환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대사성 근육질환은 흔히 구조·포획·추적 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어 ‘포획근병증’이라고도 부른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근육 사용으로 인한 체력이 고갈되고 근육 세포가 파괴되면서 그 결과 심장 기능 이상이 오거나 장기 손상이 발생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0월 15일 폐사한 수컷 한 마리도 방사 직전 약 1시간 40분 가량 케이지 안에 갇혀 있던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해시 관계자들도 해당 개체가 평소에도 건강하고 활발해 활동량이 많았던 것으로 전하면서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촉구했고 홍태용 김해시장은 논란이 된 지 8일 만인 지난 23일 공식 사과했다.

김해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야생동물 방사 관리체계 개선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수의사, 사육사, 환경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야생동물 방사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방사와 관련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맡아 재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방사 단계별 야생동물 안전기준 체크리스트, 현장인력 교육 체계 제도화 및 세부대응 매뉴얼 등을 마련하고 정기 교육과 모의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현 케이지 방사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에는 연방사 방식을 채택해 울타리 내 방사장 출입문 등을 열어 개체가 자연스럽게 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동물을 동원하는 행사를 금지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김해시 야생동물 자연방사 운영지침을 마련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해시는 현재 남아 있는 새끼 황새 두 마리를 내년 봄쯤 방사할 예정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이번 개선대책으로 방사 전 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야생동물 보호와 시민 신뢰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책임소재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