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하는 한덕수 전 총리.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할 법조인 명단을 구두로 보고받은 뒤, 이완규·함상훈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다음 날 오전까지 마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2~3주 걸리는 인사검증 절차가 한 전 총리 지시로생략됐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내란특검팀이 국회에 제출한 한 전 총리 한 한 전 총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 4월 7일 오전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총리 집무실로 호출했다. 김 전 수석은 한 전 총리에게 구두로 이완규·함상훈이 포함된 10여명의 법조인 이름을 말했고, 한 전 총리는 별다른 검토 없이 “이완규, 함상훈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가 “내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완규, 함상훈을 지명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검증을 진행하라”고 지시해 대통령실 인사검증 절차도 빠르게 진행됐다.

이완규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들에게 “오늘 중으로 이완규, 함상훈에 대한 인사검증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A 행정관은 이 전 비서관에게 “당일에 결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경찰청 세평조회 및 국가정보원 신원조사 의뢰는 생략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고, 이 전 비서관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는 8일 오전 9시께 헌법재판관 지명 담화문을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1시간 뒤인 10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등 비상계엄 선포 관련자들의 헌법재판이 윤석열 정부에 유리하게 선고되도록 하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획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한 전 총리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면서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들이 헌법재판관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의 검증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만들었다고 적시했다.

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과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를 요청하지 않아 이들의 권리 행사도 방해했다고 봤다.

통상적인 인사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보고서 회신에 2∼3주, 경찰청의 세평 조회 회신에 일주일,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 회신에 약 2주일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