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남 양산 관설당전국서예대전 심사 모습.

신라시대 삽량주간(현 양산)을 지낸 충렬공 관설당 박제상 공의 충절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양산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들이 잇따른 운영 문제로 수난을 겪고 있다.

16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양산문화원 관설당서예협회가 주최하는 관설당전국서예대전 대상이 뒤늦게 오자가 확인되면서 공식 취소됐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양산 대표 전국서예전에서 대상이 취소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 관설당전국서예대전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부근, 이하 운영위)는 양산문화원 홈페이지에 ‘제24회 관설당전국서예대전 대상 취소’를 공고했다. 위원회는 “대상 작품 제목이 송강 정철선생의 사미인곡을 속미인곡으로 잘못된 것을 늦게 알고 운영위원회 심의 결과 대상 수상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해당 작품은 정철의 가사 ‘사미인곡’을 쓴 작품이었으나, 출품 과정에서 제목을 ‘송미인곡에서 결사’로 잘못 표기했다는 것이다. 운영위 관계자는 “작품에 쓰인 글 내용은 ‘사미인곡’의 대목이 맞지만, 낙관(작품 말미에 적는 설명 부분)에 제목을 잘못 적으면서 작품 설명과 실제 내용이 불일치하게 됐다”며 “이를 단순 오기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심사 기준상 명확한 오류로 판단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심사가 모두 끝난 뒤 이의 제기가 접수되면서 재검토 과정에서 이뤄졌다. 운영위 측은 수상 취소 결정을 수상자에게 통보했고, 수상자 역시 본인 실수를 인정하고 결정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상 수상과 함께 지급된 상금 500만 원에 대해서는 전액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관설당전국서예대전은 매년 삽량문화축전이 열리는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전국에서 약 300여 점의 작품을 접수해 심사를 진행한다. 부문별 심사위원 8~10명이 하루 동안 서너 시간에 걸쳐 심사를 맡는다. 그동안은 이 과정에서 오자나 형식 오류 대부분이 걸러졌으나, 심사 종료 이후 오류가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운영위 관계자는 “늦었지만 대회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바로잡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내년부터는 원문 자료를 함께 제출받는 등 심사 절차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또 다른 박제상 공 관련 행사인 ‘충렬공 박제상 전국 백일장 대회’도 참여자가 저조해 올해 취소됐다. 양산문인협회가 매년 삽량문화축전과 함께 박제상 공의 충렬비가 있는 춘추공원에서 개최하는 이 대회는 해가 갈수록 참여자가 줄어들면서 지난해에는 20여 명 정도에 그쳐 존폐 위기에 몰렸다. 주 참가층인 학생들이 시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탈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지난 4월 옆동네인 울산 울주문화원에서 개최하는 ‘박제상 사생대회’에 200여 명이 참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박제상 공 행사가 잇달아 논란이 되면서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콘텐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박제상 공은 양산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인 만큼, 관련 행사는 단순한 관행적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심사 기준과 절차를 보다 체계화하고, 청소년과 시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 조정과 프로그램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의 공정성과 매력을 동시에 높여야만 지역 문화유산을 기리는 취지가 제대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