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부산 덕성원 사건’ 피해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자축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1. 성탄절을 앞둔 24일 오후 2시 부산지법 303호 법정. ‘부산 덕성원 사건’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민사11부 이호철 재판장은 주문을 낭독한 직후 피해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약속을 건넸습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 우리가 겪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 달라며 소송에 나선 피해자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사법부는 ‘그렇게 하겠다’”는 화답과 함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2. 이날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부산시가 덕성원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국가와 부산시가 위법하게 부랑아를 단속했고, 적법 절차를 어겨 덕성원에 아동을 인계·수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덕성원에서 강제노역 구타 감금 가혹행위 등이 벌어졌으며, 국가작용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덕성원이 설립된 지 반 세기 만에 국가폭력을 인정받았죠.

3. 국가와 시는 손해배상 청구 시효인 3년이 지났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덕성원 수용 당시 어린아이였고, 덕성원이 폐원한 시기로부터 약 23년이 흐른 지난해 10월에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이 난 사실을 근거로 이를 배척했습니다. 덕성원 사건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날부터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