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기로 전시근로역을 받아내 사실상 병역 의무를 면탈한 남성이 실형에 처해졌다. 전시근로역은 전쟁 때만 군사 업무를 지원해 사실상 현역 면제다.

법원 그래픽. 국제신문 DB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단독 김정우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0대)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9년 7월~2020년 12월 4차례에 걸쳐 행방을 감추거나 허위 사실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어 입영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나이까지 버텨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은 혐의였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을 보면 1983년생인 A 씨는 2019년 5월 해외에서 귀국했다. 두 달 뒤 병역판정 검사에서 36세 초과로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판정을 받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서도 병역을 이행하기 싫었던 A 씨는 병역 브로커의 지시를 받아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아내려고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A 씨는 2019년 7월 외삼촌이 사회복무요원 소집통지서를 수령한 사실을 알고도 입영하지 않았다. 관할지 병무청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A 씨의 등록 주소지는 인천이었으나, 실제론 전입 신고 없이 부산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뒤늦게 부산으로 전입신고를 낸 뒤 ‘소집통지서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허위 사실확인서를 인천병무청에 냈고, 이에 소집통지가 취소됐다.

그는 2020년 3월 부산병무청의 소집통지서를 받자 아픈 곳이 없는데도 9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뒤 부산병무청이 재차 소집통지서를 보내자 또 한 번 인천으로 주소지를 바꿔 소집통지가 취소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A 씨는 만 38세가 돼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기피하고 있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만 38세가 되면 입영할 수 없는 연령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김 부장판사는 “사실상 병역 의무가 면제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