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 “도래지 인접” 부결
- 자연환경 부정적 영향 보완 필요

부산 강서구 명지 근린공원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시간이 갈수록 신도시가 커지면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가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원과 체육시설이 없어 주민 불만이 날로 높아진다.

국가유산청은 LH가 신청한 명지 근린공원 1호 조성안을 전문가 논의 끝에 부결시켰다고 25일 밝혔다. 명지 근린공원 1호는 강서구 명지동 일원에 약 24만 평 규모로 만들려고 했던 공원이다. 공원 내에는 ▷축구장 ▷테니스 코트 ▷가족운동 정원 등 체육 시설과 ▷잔디마당 ▷야생초 화원 ▷피크닉 마당 등 여가 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었다.

국가유산청이 부결시킨 이유는 공원이 들어설 자리가 철새 도래지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유산청은 아홉 명의 심의위원이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명지 근린공원 조성 계획을 부결시켰다. 철새도래지뿐만 아니라 인근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 각종 자연유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탓이다.

명지동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명지 근린공원 1호 조성 예정지 반경 2㎞ 내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8만4000명에 달한다.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수변공원과 근린공원과 같은 공원과 체육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명지동 주민은 국가유산청의 부결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다. 명지동 한 주민은 “국책 신도시로 조성해 이미 많은 사람이 명지지구에 입주했다. 국가유산청은 공원과 체육시설이 철새 도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부결시킨다”며 “주거 단지와 도로 그리고 교량 등 인위적인 개발은 허가해 주면서 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공원과 생활시설만 만들면 안 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명지동 주민은 유산청 심의위원들이 동식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지역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성 계획안을 제출했던 LH는 부산지역본부와 논의해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앞서 제출한 계획안에 체육시설이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 국가유산청에서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근린공원 조성을 원하는 높은 주민 여론은 잘 알고 있다”며 “지역본부를 통해 주민 의견을 종합하고 유산청 결정 사항도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명지 근린공원 조성 결정 권한을 지닌 국가유산청은 공원과 체육시설을 만드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유산청 관계자는 “LH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이 자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지적한 만큼 공원과 체육시설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적 사항을 충분히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