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생(사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에게 맑은 물 확보는 상의 회장으로서의 공약을 넘어, 30년 넘게 이어온 소명과도 같은 과제다. 양 회장이 맑은 물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부산포럼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을 뿐만 아니라, 재부 함양군 향우회장과 경남 18개 시·군 향우연합회장직을 맡았던 2011년 무렵부터 부산과 경남을 오가며 광범위하게 식수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양 회장은 “부산시 경남도는 물론 정부에도 수차례 물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와 제도적 장벽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고 했다.
2024년 양 회장이 부산 경제계를 대표하는 부산상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맑은 물 공급’을 내걸었고, 지역 경제계는 물론 시민 사회에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양 회장은 “오랫동안 염원해온 물 문제가 공론화의 장에 올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상공인인 양 회장이 부산의 물 문제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를 “기업인이기 이전에 부산 시민의 한 사람”이라며 “맑은 물은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병을 고쳐준다는 믿음이 유년 시절의 생생한 체험을 통해 체득했다. 물 문제는 복지이자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부산 시민도 깨끗한 물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상공계 수장으로서 기업 유치와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바탕이 되는 ‘정주 여건’의 핵심으로 물 문제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의 기본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부산의 물 환경에 대해 솔직하고도 뼈아픈 진단을 내렸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물이 좋은지 나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해도 ‘동물적 감각’으로 느낀다”며 “부산은 공기는 좋지만, 물이 좋다는 소리는 못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젊은이들이 부산을 떠나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향하는 이유 중에도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에 대한 불만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며 “좋은 물이 공급돼야 시민이 활기차게 꿈과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양 회장은 타 지역과의 ‘물 불평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경인 지역은 태백·소백산의 깨끗한 원수를 마시고, 충청과 전라권 역시 1급수 댐 물을 마시는 반면,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만 낙동강 하류 수질에 불안감을 떠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가뭄 때 전남 지역에 생수를 지원하러 갔는데 그곳 분들은 영산강·섬진강 물도 나쁘다는 것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며 “부산·경남 식수 문제는 지자체 간의 협상을 넘어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인 ‘긍정의 힘’을 투영해 ‘맑은 물’ 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 그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상공인과 시민이 목소리를 내면 오랜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