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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로 버티는 수돗물 발암물질 위험치…창원 더 심각

부산 식수 잔혹사 끝내자 <2> 소독약의 역설

수돗물 발암물질- THMs·트리할로메탄

  • 권용휘 기자 kyw@kookje.co.kr
  •  |   입력 : 2026-01-11 19:23:10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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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서 취수 수돗물 THMs
- 0.050㎎ 안팎, 기준치 이하지만
- 태아·영아·아동 영향 명시 안해
- 유럽기준 적용 땐 이미 한계치
- 창원 일부 최대 0.075㎎ 육박

정수를 거친 수돗물은 직접 마실 수 있기에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마다 낙동강 원수 오염도가 높아지면서 부산시는 이른바 ‘약발’로 버텨보려 정수 과정에서 다량의 소독약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소독 부산물이 나온다.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태 이후 35년간 부산 식수 잔혹사를 끝내는 일은 부산·경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발암물질 태아·영아 기준 없어

11일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창원시상수도사업소 수도꼭지 수질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여름철 부산과 경남 창원지역 수돗물은 가정에 공급하기 다소 불안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수도본부 수돗물평가위원회는 매달 외부 검사기관에 관내 3개 정수장 및 가정 수도꼭지 수질을 측정한다. 자료 조사 결과 기온이 높았던 지난해 5~9월 부산 화명·덕산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 계통 수도꼭지에서 검출된 총트리할로메탄(THMs)은 ℓ당 0.050㎎ 근처를 기록했다. 화명·덕산정수장은 물금·매리취수장에서 집수한 낙동강 하천수를 정수해 각 가정에 수돗물로 보낸다. 6월 덕산정수장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에서 검출된 THMs는 ℓ당 0.043㎎을 기록했다. 이때 연제구 거제동과 수영구 망미동 표본 가정 수도꼭지에서는 ℓ당 0.048㎎이 검출됐다. 7월 화명정수장 계통 수도꼭지에서는 THMs가 ℓ당 0.050㎎까지 치솟았다. 이 시기 사하구 하단·당리·괴정동 가정 수도꼭지에서는 ℓ당 0.047~0.048㎎, 서구 동대신동과 영도구 봉래동에서는 ℓ당 0.050㎎이 나왔다.

THMs는 주로 오염된 원수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유기물(동식물 사체, 배설물 등)과 염소가 만나 생성되는 발암물질이다. 중추신경 계통과 간, 신장에 영향을 주며 노출될수록 암 유발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먹는 물 THMs 기준은 ℓ당 0.1㎎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먹는 물 수질 기준은 성인이 70년 동안 하루 2ℓ의 물을 마신다고 가정하고 적용한다. 태아나 영아, 그리고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권고 기준일 뿐 함량이 적을수록 안전한 물이라고 본다. 독일(0.050㎎)이나 스위스(0.050㎎), 이탈리아(0.030㎎) 등의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여름 대다수 부산 시민은 먹어서는 위험한 물을 먹은 셈이다.

■창원 더 심각…국내 기준치 육박

수돗물 원수 상당량을 낙동강 표류수에 의존하는 경남 창원 사정은 더 심각하다. 창원상수도사업소가 조사한 지난해 가정 수도꼭지 THMs 수질검사를 보면 ℓ당 5·6월 성산구 원이대로에서 각각 0.064㎎ 0.060㎎, 7월 마산합포구 진북면에서 0.075㎎, 9월 진해구 충장로에서 0.065㎎이 나왔다. 5~9월 창원 나머지 지역에서도 해당 수치가 유럽 기준으로는 부적합한 ℓ당 0.050㎎을 넘어서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낙동강 상류 산단이나 축산 농가 등에서 배출하는 유기 오염물과 고수온 때문에 수질이 해마다 악화해 지난해 7월 1일 화명·덕산 정수장 취수원에서 나온 총유기탄소량(TOC)은 ‘나쁨’을, 총대장균군수는 100㎖ 당 15만을 기록(국제신문 지난 5일 자 1·3면 보도)할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원수가 오염되면 정수 과정에서 염소 소독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THMs 농도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활성탄 교체 시기를 단축하고 오존 소독을 확대하지만, 근본적인 원수 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발암물질이 섞인 물을 계속해서 마셔야 한다. 약품 처리와 활성탄 등을 활용해 정수 처리를 하면 수도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경제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약품 처리가 많은 부산 수돗물 ㎥당 생산원가는 2024년 기준 1087.63원으로, 1급수인 팔당댐 물을 정수하는 서울의 876.11원보다 19.4% 높다. 이 때문에 오염도가 높은 물을 마시는 부산시민이 서울시민보다 수도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부산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정수 처리 과정에 많은 활성탄과 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오존 처리도 해야 하는 등 생산 단가가 비싸진다. 산지가 많은 부산 지형 특성 탓에 시설물이나 배관이 많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불신 해소법은 취수원 다변화

발암물질인 THMs 등 정수 과정에서 나오는 소독 부산물을 줄이는 방법은 부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영강 상류에 만들어진 인공저수지인 회동수원지 물을 원수로 쓰는 명장정수장에서 공급되는 물은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ℓ당 THMs 검출량이 ▷지난해 5월 0.017㎎ ▷6월 0.020㎎ ▷7월 0.022㎎으로 한여름에도 가장 엄격한 이탈리아 기준치도 넘어서지 않았다. 심지어 그해 2월에는 THMs가 나오지 않았고,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에도 ℓ당 0.006㎎밖에 안 나왔다. 다만 이 정수장에서 걸러진 물은 동래구 안락·명장동, 금정구 회동·서·금사동, 해운대구 석대·반송·반여동 중에서 일부 지역에만 공급된다.

결국 깨끗한 식수를 얻으려면 깨끗한 원수를 정수해야 한다. 부산시가 추진해온 취수원 다변화 사업으로 경남 창녕·의령 강변여과수나 합천 황강 복류수를 확보해 화학 약품 투입을 최소화하면 시민 불신을 줄이고 수돗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 사업은 합천(일 19만 t) 창녕(일 47만 t) 의령(일 24만 t) 등을 확보해 창원 등 경남 중동부에 48만 t을 우선 공급하고, 부산에 42만 t을 공급한다.

전문가들도 부산·경남 시·도민의 ‘물 안보’를 확보하려면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동의대 정병길(환경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기후 위기 등으로 낙동강 수질 악화가 예상된다”며 “좋은 원수를 확보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실질적인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고, 이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보상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는 방법을 동원해 취수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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