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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 쓰고도 35년간 ‘물 공포증’…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부산 식수 잔혹사 끝내자 <5> 취수원 다변화

  • 권용휘 기자 kyw@kookje.co.kr
  •  |   입력 : 2026-02-01 19:06:44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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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놀 유출 사고 이후 시민 불안
- 市 수질 개선 노력에도 결과 미흡

- 정부·부산·경남 협의기구 필요
- 국가책임 적시 특별법 통과 시급
- 낙동강 상류 주민 보상 등 선행
- 안전한 식수원 확보, 통합 관리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후 35년. 부산·경남 시·도민에게 ‘맑은 물’은 염원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과제가 됐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에도 낙동강 상류발 미량 유해 물질과 예고 없는 오염 사고는 여전히 시·도민의 식수원을 위협한다. 물 안보가 국정 과제로 선정된 2026년, 새롭게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더 이상 지자체 뒤에 숨지 말고 사업의 실질적 주체로서 전면에 나서야 한다.
■취수원 다변화에 ‘뒷짐 진 정부’

1일 부산시에 따르면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후 30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여전히 부산은 전체 수돗물의 90% 이상을 낙동강이라는 단일 수원에 의존한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수돗물에서 ‘영원한 화학물질’ 과불화화합물(PFAS)과 초미세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 등이 잇따라 검출됐다. 이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의미하며, 수원 자체를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물 안보’ 체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새로운 취수원 확보의 최대 걸림돌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다. 물 문제는 엄연한 국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갈등 해결의 책임을 부산시에 떠넘겨 왔다. 이 때문에 부산시 공무원들이 해당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주민을 설득하는 등 막대한 행정력을 투입해야 했다. 현장에서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일일이 주민을 만나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물 문제는 엄연히 국가 사업인데 이렇게 부산시만 나서다 보니 이런저런 오해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사업 때 동의서를 수집하는 홍보요원(OS요원)과 다를 바가 없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정부가 ‘주민 동의는 부산시 몫’이라며 뒷짐을 지다 보니 발생한 촌극이다.

물 문제는 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취수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에 상응하는 국가적 보상’과 ‘지원 체계’를 보장해야 한다.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직접 소통 창구를 주관하고, 상주 협력단을 운영하는 등 현장 중심의 신뢰 회복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별법으로 국가 책임 명확히 해야

지난해 9월 발의돼 계류 중인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안’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법안 9조를 보면 ‘낙동강유역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시행자’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 시행자를 국가 또는 ‘한국수자원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수자원공사다. 법안은 사업 시행자가 ▷사업의 규모와 내용 ▷사업 구역 ▷사업 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포함한 낙동강유역 취수원 다변화 사업 실시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국가 혹은 산하 공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언급하는 4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을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하여야 하며,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했다. 즉, 취수원 다변화는 지자체 간의 협상을 넘어 국가가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이라는 점을 법적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현장 전문가들도 정부가 사업을 주도하고, 부산시·경남도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기구를 통해 4대강 보 개방 정책과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충돌하는 정책적 모순(국제신문 지난달 26일 자 9면 보도) 등을 해결하고, 통합적인 물 관리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원회 최소남 상임대표는 “부산·경남 수돗물 원수인 낙동강은 페놀 유출과 비슷한 사고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먹는 물 만큼은 안전한 식수원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건 정부 실행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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