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치료·예체능 月 수백만 원
- “형편 되는 데까지 교육하고파”
- 장애인 등급 못 받은 것 후회도
- 교실 내 보조교사 배치 목소리
- 주목받는 게 싫어 학폭도 ‘쉬쉬’
- 지원 등 법제화 학부모들 앞장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부모의 고충을 속속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들 말에서 공통점은 학업 부문에서 끊임없는 교육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경제적 비용과 시간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사회인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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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아이클릭아트 |
■지적 장애와 정상 발달 사이고3 학생을 둔 어머니 A 씨는 자녀가 장애인 등급을 받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다. A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검사(풀배터리) 점수가 50점 대로 너무 낮아 충격이 컸다. 지적 장애 판정을 받고도 남을 만큼 하위 점수인데도 내 아이의 상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이후 검사를 거듭하면서 점수가 올라 그때 지적 장애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크게 후회된다. 지적 장애인 등급 판정을 받았으면 아이 교육에 훨씬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성악 수업을 듣는다.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아이가 좋아해 교육을 멈출 수가 없다”며 “직업 교육도 중요하지만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도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올해 초등 3학년이 된 아이의 아버지 B 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4살 때 첫 검사에서 지적 장애 판정을 받을 점수가 나왔지만 내 아이가 장애라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때 왜 판정을 받지 않았나 후회막급”이라며 “지금 아이 언어치료와 인지 행동 미술 등에 드는 비용이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이다. 지적 장애라면 같은 교육도 부담이 확 줄어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검사받기 전날 아이 잠을 안 재워서 컨디션을 저조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애매한 점수가 나와 지적 장애 판정을 못 받는 것보다 아예 점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 고민하는 부모, 들어봤냐?”며 되물었다.
■끝없는 학습, 멈출 수 없어경계선 지능인의 능력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개인별로 다양해 하나로 묶기 어렵다. 다만 이들을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단어는 ‘학습자’다. 부모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형편이 되는 한계까지, 끝까지 시키고 싶다. 이 아이들은 가르치는 만큼 나아진다”며 “배움을 멈추면 그때부터 바로 퇴보한다. 멈추지 않고 계속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왜 경계선 지능인을 ‘느린 학습자’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 1 자녀의 엄마인 C 씨는 “4살 때 웩슬러 지능 검사를 받고 상담교사가 아이를 자폐라고 했을 때 우리 집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며 “그런데 언어치료를 3개월 정도 받으니까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렸다. 가르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부터 꽂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없어도 좋다. 아이가 매일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 보낸다”며 “우리 아이들은 항상 배워야 한다. 부모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좋은 센터와 선생님을 찾는다”고 밝혔다.
느린 학습자를 위해 교실 내에 보조교사 배치를 제안하는 부모도 있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D 씨는 “우리 아이는 36개월부터 언어 인지 특수체육 등 치료 수업을 받았다”며 “지금은 학교 마치고 학습센터, 미술학원에 간다. 아이가 센터에서 1대1 수업을 많이 해 학교에서 단체 수업을 힘들어한다.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교사가 아니라 수업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다른 친구들도 같이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워낙 낯선 개념이라 10년 전에는 학부모 자조 모임이 없었다. 지금은 모임이 생겨 학부모도 교육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법과 조례 제정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외톨이 학교생활, 사회 진입 더 문제경계선 지능 학생 중 이동수업이 시작되는 중학교 때부터는 쉬는 시간 과학실을 찾아가지 못해 혼자 교실에 남아 있거나 화장실에 있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보통의 친구 관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학교 폭력도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학부모의 걱정 중 하나다. 주변 친구들의 언어폭력을 받게 되고, 심하면 축구 동아리에서 경계선 지능 아이를 벽에 세워두고 축구공을 차서 과녁처럼 맞추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주목받는 게 싫어 학교폭력위원회 개최를 거부했다.
남성 경계선 지능인에겐 군 복무라는 문제도 있다. 대학 3학년 아들의 어머니 E 씨는 “아들이 신체검사에서 면제 받았지만 만약 군에 입대했다면 가족과 떨어져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경계선 지능 자녀들이 실패 경험을 거듭하면 결국 집에서 은둔하게 된다며 걱정했다. 한 부모는 “느린 학습자 아이들은 자신만의 생각이 고정되기 쉽다. 매주 한 번씩 상담 선생님을 만나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고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지 못하게 노력한다”며 “자신감이 없는데 실패가 지속되면 결국 집 안에 고립된다”고 말했다.
※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IQ 70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IQ 85 이상)에 미치지 못하며, 인지·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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