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 일자리 등 취업직종 제한적
- 그나마 ‘빨리빨리’ 적응 어려워
- 상담·직무체험·경제교육 등 제공
- 지자체 지원 기관 생겨나 고무적
- 실제 취업으로 연계 안되는 한계
- 경계선 지능인 적합 직업군 분류
- 고용정책과 재원 마련 뒤따라야
경계선 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은 대부분 아동·청소년기에 집중돼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청년기부터 경계선 지능인은 철저히 홀로 서야 한다. 하지만 자립은 만만치 않다. 취업 시장에서 또래들과 경쟁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갈수록 첨단·고도화되고 있는 점도 이들의 사회 진출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근로 능력이 충분한 경계선 지능인이 고립·은둔하면 경제적 손실이자 잠재적인 사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 지원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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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동해선 재송역 1층에 자리한 스마트팜 ‘팜올치’에서 근무자들이 일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단기 일자리’ 전전국제신문 취재진이 만난 경계선 지능 청년들은 인지·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취업 기회를 얻는 일부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또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직장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A(32) 씨는 5개월간 서비스업 분야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일을 그만뒀다. 업무 처리 속도가 늦다는 이유 등으로 직장에서 먼저 “안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이전에도 근무 기간이 2, 3개월로 짧았다”며 “경계선 지능은 느리지만 분명히 학습은 되는데,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많이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용 시장에서 수차례 ‘거절’ 당했지만, A 씨는 구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마냥 이렇게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되니 계속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만 전전했다는 B(27) 씨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B 씨는 “비교적 단순 업무라 생각해 시작한 조립 아르바이트도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며칠 만에 관리자에게 질책받고 그만뒀다”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한 마음에 지적장애 등급을 받아 장애인 일자리라도 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마다 속도가 다른 만큼,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살아갈 방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고용 연계 절실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자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조금씩 지원에 나서는 추세다. 부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은 수영구가 2024년부터 시행해 온 ‘차차스테이션’이다. 관내뿐만 아니라 부산 전역의 경계선 지능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자기관리 ▷직무 체험 ▷경제 교육 ▷범죄 피해 예방 교육 등을 제공하며, 참여자들 간 ‘자조 모임’도 지원한다. 수영구 복지정책과 이복순 복지기획계장은 “시범사업 당시 경계선 지능인 발굴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원자가 많았다”며 “은둔 가능성이 있던 이들을 사회로 끌어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수영구 외에 부산시와 부산사회서비스원도 지난해부터 ‘경계선 지능인 일경험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이런 사업들은 직종이 제한적이고, 실제 취업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업체 발굴이 쉽지 않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든다. 이 복지기획계장은 “경계선 지능인에게도 노인 장애인처럼 여건에 맞는 일자리 제공이 필요하다”면서도 “임금 기준, 업무 매뉴얼 등이 부재한 상황이라 기업도 고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사회 인식도 달라져야전문가들은 경계선 지능인들이 제대로 자립하려면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이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계선 지능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해동병원 권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부장은 “대부분 경계선 지능인은 우직하고 성실하다”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업무 지시를 하면 충분히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계선 지능인을 고용한 현장에서도 이들의 근로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스마트팜 ‘팜올치’를 운영하는 매일매일즐거워 협동조합 황태연 이사는 “직원 8명 중 대부분이 경계선 지능인인데 일을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성실하고 착해서 좋은 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이사는 경계선 지능인의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처럼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립부경대 행정복지학부 사회복지학전공 오영삼 교수는 “경계선 지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직업군 분류를 하고, 고용주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고용 정책과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일터, 주변에서 경계선 지능인과 함께 어우러지며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반감, 편견 등 고정관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IQ 70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IQ 85 이상)에 미치지 못하며, 인지·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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