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지하차도와 수영강변지하차도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반 함몰 사고를 두고, 부산시가 대심도 도로 개통 일정(2월)을 맞추려다 빚어진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이 거세다. 동절기 되메우기 공사를 하면 구조적으로 지반 침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7일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핵심 배경으로 ‘만덕~센텀 대심도 도시고속화도로’의 무리한 개통 일정을 지목한다. 2월 개통에 맞춰 연계 도로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동절기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전날 부산시청 브리핑에서 나온 시 관계자들의 발언도 이번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뒷받침한다. 시 건설본부장은 사고 원인으로 ‘동절기 되메우기 작업 불량’을 지목하면서도 “부실 공사까지는 아니다”고 답해 스스로 모순을 드러냈다. 사전에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건설팀장은 “공사 준공이 지난 1월 28일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며 “압밀(자연다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토사가 빠져나갈 소지는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동절기 되메우기 작업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한다. 되메우기 후에는 비·눈·흙의 자체 무게로 지반이 서서히 다져지는 ‘자연다짐’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지표면이 얼어붙어 하중 전달과 배수가 모두 원활하지 않아 정상적인 다짐이 어렵다. 동절기에 기준에 맞는 시공을 하려면 비동결토나 모래·혼합골재를 사용하고, 20~30㎝ 두께로 층을 나눠 기계 다짐을 병행하는 까다로운 공정이 필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절기에는 지침을 모두 따르더라도 원하는 품질을 얻기 어렵다”며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는 구조적 문제가 결국 지반 함몰로 이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가 함몰 경고도 잇따른다. 부산대 임종철(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굴착 후 되메우기를 해도 빈 공간에 빗물이 유입되면 토사 입자가 흘러들 수 있다”며 “사고 지점 주변을 최소 1년간 지속적으로 정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감리단과 부산시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토목공학 전문가는 “시가 ‘되메우기 불량’을 언급한 것은 감리 책임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향후 구상권 청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