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음악 산실 경성대 앞
- 라이브클럽 상당수 폐업
- “몇몇 규제 없애는 것 넘어
- 공간·기획 제도적 지원을”
한때 부산 남구 대연동 용소·수영로 일대는 지역 인디 음악계 산실로 꼽혔다. 음악 팬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라이브 클럽 약 15곳이 일대를 주름잡았다. 이곳을 무대로 수많은 이가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이른바 경성대 앞 클럽 거리다.
6일 현재 이곳을 지키는 라이브 클럽은 서너 곳에 그친다. 적어도 7곳 이상이 10년 사이 간판을 내렸다. 거리를 지켜 온 터줏대감 공간들도 팬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부산 라이브 클럽 1세대 몽크도, 록 음악 중심 공간으로서 일대 공연 문화 기획을 주도한 리얼라이즈 등도 폐업하거나 거리를 떠났다. 정기 공연을 꾸리는 공간은 사실상 오방가르드가 유일하다.
자취를 감춘 건 공간만이 아니다. 공간과 뮤지션, 팬 등이 이룩한 ‘문화 영토’가 소멸로 향하고 있다.
경성대 클럽 거리는 세대 간에 축적·전승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선발 주자 격 공간에서 인디 음악의 에너지에 흠뻑 빠진 청년들이 공간 재생산에 나선 결과였다. 기존 라이브 클럽에서 일하는 등 경험을 키운 뒤 영토에 새 공간을 덧붙여갔다. 문화가 공간을 매개로 지속해야 한다는 염원이었다. 15피트언더, 올모스트 페이머스, 오방가르드 등이 이렇게 생겨났다. 공간들은 합동 공연 투어를 기획하는 등 문화적 역량과 저력을 키워나갔고 지역의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세이수미 미역수염 해서웨이 등 전국 무대를 누비는 부산 출신 뮤지션도 라이브클럽에서 성장했다.
이들 공간의 주된 목적은 문화의 유지였다. 같이 음악을 즐기고, 함께 표현하고 싶었다. 수익 추구는 최소한에 그쳤다. 실제 공간 대부분은 3만 원 내외의 저렴한 입장료만 받고 관객을 들인다. 인디 문화 향유층인 청년 인구가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했다.
규제는 이들의 ‘자산’을 빠르게 갉아먹었다. 임차료 내기도 빠듯한 공간들은 술이나 음식을 팔아 운영비를 충당한다. 술 판매가 가능한 일반음식점으로 운영되는 이유다. 문제는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서는 공연 중 관객이 춤을 춰선 안 된다는 점이다. 춤이 규제 대상인 점도 의문이지만, 개념 규정이 애매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조차 위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가뜩이나 운영이 어려운데 제도가 조력은커녕 위협을 가하면서 공간은 존속 자체를 고심하게 된다.
관객이 춤을 췄다며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오방가르드 사태’는 그 위협이 실체화한 현상이다. 밴드 ‘세이수미’의 멤버 최수미 씨는 “라이브 클럽이 없으면 공연 행위가 성립하지 못한다. 밴드 존속이 걸린 것”이라며 “해외에서 문화 강국이라고 열 올리는 한국이 정작 풀뿌리 인디 문화는 공연 장소도 갖추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제는 제도가 문화 영토를 키우고 가꾸자는 제안이 나온다. 류성효 문화기획자는 “이번 사태가 규제의 일부를 고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음악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공간·기획 지원과 제도 개선을 끌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