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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부산 남구 대연동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에서 지역 출신 유명 인디밴드 ‘보수동쿨러’의 해체 전 마지막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면적 102.5㎡인 이곳은 통상 관객 100명이 들어서면 만석을 채운 것으로 여겨진다. 오방가르드 유튜브 캡처 |
- 여야 앞다퉈 법 개정 나섰지만
- ‘춤 허용’에만 초점 맞춰진 상황
- 또 현실 괴리 제도 나올 가능성
- 日·英, 문화계·지자체 협의체로
- 공연기회·산업기반 함께 꾸려가
-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활용해
- 부산시·클럽들 새 모델 만들어야
부산 ‘오방가르드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잇따라 법 개정에 나섰다. 이런 흐름이라면 적어도 사태의 근원인 ‘춤 규제’만큼은 풀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계는 ‘이번 사태가 규제 일부 완화에 그쳐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풀뿌리 음악계의 걸림돌이었던 제도를 지역 음악가의 디딤돌로 탈바꿈시키는 방안까지 강구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행정이 새 제도를 주도하는 대신 현장이 실질적인 제안을 내고 행정이 검토하는 민관협력체를 꾸리는 방안이 제시되는 이유다.
■어떤 법안들 나왔나13일 기준 오방가르드 사태 해소를 목표로 발의된 법안은 총 3개다. 각각 ▷박수영 안 ▷전은수 안 ▷박홍배 안이다. 공연 공간에서 춤과 식음료가 허용되는 방안이 각각 제시됐다. 지역의 청년 음악가가 설 무대를 지켜야 한다는 게 공통된 발의 목적이다.
박수영 안은 공연법을 고쳐 일정 규모 이하 시설을 ‘소규모공연시설’로 등록하는 내용이다. 해당 시설에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와 주류 면허 관련 특례를 둬 음식과 술을 제공·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법상 시설에는 춤 규제가 없다. 전은수 안도 골자가 같다. 공연법 개정으로 ‘소규모음악공연장’을 만들도록 한다. 음악 실연이 주목적으로 식음료 판매가 부수하는 일정 규모 이하 공간이 대상이다. 식음료 판매와 기립 관람과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보장하고 춤을 허용하는 행위를 식품위생법상 영업자 준수사항의 규제 대상에서 빼도록 했다. 유흥종사자·접객행위는 배제한다. 박홍배 안은 식품위생법·공연법을 함께 고치는 방안이다. 식품위생법에는 공연 중 관객 호응을 허용하는 예외를, 공연법에는 ‘소규모공연공간’ 지원 근거를 두게 한다.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무도공간을 설치하는 등 유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영업은 제외한다. 각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이 남는다. 어떤 공간을 ‘소규모 공연장’으로 보느냐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규제 완화 넘어 활성화 꾀하자”여기서 현장과 행정의 괴리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좌석 수·수용 인원 같은 면적 규모, 시설·설비 요건 등의 기준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같은 라이브 클럽 사이에서도 제도로부터 구제되지 못하는 곳이 생긴다.
면적만 놓고 봐도 일반음식점인 오방가르드가 102.5㎡(31평), 공연장으로 등록된 부산 남구 대연동 라이브 클럽 바이널 언더그라운드가 117㎡(35.4평)로 별반 차이가 없다. 또 전 의원 안 중 ‘부수적’ 식음료 판매를 매출 비중으로만 판단하면 술과 음식 수입으로 공연을 유지하는 영세 클럽이 제도 밖에 남을 수 있다.
이런 사정에 제도가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인디 현장의 경험이 반영돼야 한다고 문화계는 목소리 높인다. 현장 목소리에 기반해 기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또 다시 인디계 현실과 괴리된 제도가 생겨날 수 있어서다. 나아가 제도가 인디계를 뒷받침하는 발판으로 거듭나도록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기획자 류성효 감독은 “행정 주도 법제화가 추진되면 인디계의 여러 어려움 중 ‘춤’에만 변화가 생기는 데 그칠 수 있다”며 “현장에서 실질적인 제안이 나오면 행정이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독립적인 문화 공간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계가 제도권과 함께 무대를 꾸리고 공연을 기획하는 마당을 깔아보자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뤄졌다. 일본 후쿠오카시는 2021년 음악기획자·제작자 등과 행정이 참여하는 후쿠오카음악도시협의회(MCCF)를 출범했다. 음악인과 공연을 연결하며 지정 공간 거리공연 사업 등을 추진하는 민관 플랫폼이다. 영국 런던시는 2015년 소규모 공연장 운영자와 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공연장 폐업이 속출하자 시가 운영자와 함께 그 원인을 조사하고 개발·소음·인허가 문제를 아우르는 대책을 제안하는 게 목표였다. 두 곳 모두 지역 음악계와 행정이 공연 기회와 음악산업 기반을 함께 꾸리려 한 시도였다.
■시도 방안, 무엇이 있나해외 사례들을 종합하면 공간·음악인·기획자 등의 협의체와 시가 공동으로 공연을 기획하는 방안이 도출된다. 공간 협의체가 공연 일정이나 출연진 섭외 등을 기획하면 시가 공연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시와 협의체가 공연 홍보·예매·정산을 함께 맡는 식이다. 음악가와 공간이 지자체 지원이란 우산 아래에서 공생하는 것이다. 부산에는 ‘시 문화예술 진흥 조례’의 공연·기획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규정 등 근거도 마련돼 있다.
이런 시도에 더해 새 법이 정식 도입되기 전 과도기를 버티는 임시방편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이 개정되는 동안 라이브 클럽들은 ‘춤 단속’ 위협에 노출돼 운영 차질을 빚게 된다.
실험적 시도와 과도기 임시책을 동시에 진행할 방법으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가 떠오른다. 부산 경성대 앞 라이브 클럽 거리 등에 자리한 공간들을 ‘실험 공간’ 삼아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이 규제에 묶여 시장에 제공될 수 없을 때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는 제도다. 통상 신기술이 접목된 사업을 대상으로 삼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산업이 서로 결합해 새 시장을 만드는 형태로도 선정될 수 있다. 가령 라이브 클럽들이 공동 기획을 해나갈 협의체를 만드는 경우다. 공간끼리 일정·예매·수용인원 관리 등도 함께 짜며 클럽 투어와 같은 이벤트를 상시화하는 ‘새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핵심은 춤을 허용한 공간의 관리 기준 정립이다. 정기적인 음악 실연과 공연 일정 공개, 유흥접객 배제 등을 공동 기준으로 삼고 수용 인원과 소음, 청소년 보호 등에 필요한 관리 수준도 함께 살핀다. 춤이 허용돼도 유흥주점과의 구분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경성대 등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만한 사업성이 있는지도 검증한다.
시는 비용·홍보를 지원하면서도 재방문율·운영수지·밀집도·사고·소음 민원 등을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 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현장에서 뽑아낸 뒤, 특례 기간이 끝나면 해당 기준을 시행령 등에 담도록 요구한다. 현장의 요구가 법제화되는 수단이자 당장의 단속 위협을 피하고 인디계와 시가 함께 풀뿌리 생태계를 꾸리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이 좋은 선례다. 기존 음식점에서 큰 변화 없이 반려동물 관리기준만을 시험하는 것으로 2022년 12월 실증특례에 선정됐다. 반려인의 수요 증가와 외식산업 발전이 근거였다. 경기도 산하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신청서 작성과 법률 자문, 심의 대응 등 컨설팅을 지원했다. 컨설팅 시작부터 실제 선정까지 걸린 시일은 3개월에 불과했다. 라이브 클럽 한 관계자는 “공연장으로 등록된 다른 공간들과 형평 문제는 고려돼야겠지만, 현장에서 안전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내는 시도로서 해볼 법하다 느낀다”며 “적어도 지역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인디 음악을 앞세워 무언가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춤’기준 명확히 하고 개정까지 단속 유예
■과도기 대응은 어떻게
13일 부산시와 남구에 따르면 일반음식점 내 관객의 춤 행위 단속 현장에서 춤은 사전적 의미대로 해석된다. 식품안전관리지침 등 관련 매뉴얼에 춤을 규정하는 구체적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장단에 맞추거나 흥에 겨워 팔다리와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여 뛰노는 동작’(표준국어대사전)으로 여겨지면 단속되는 셈이다. 손을 위로 흔들거나(슬램), 제자리 뛰기를 일정하게 반복하는 행위(점핑)도 춤이 된다. 실제 오방가르드도 이런 상황에서 단속됐다.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 춤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이철우 변호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관 규정에 대한 1차적 유권해석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자연스러운 공연 호응과 금지되는 춤 허용 행위를 어떻게 구별할지, 스탠딩 관람 공간과 무도공간을 어떻게 판단할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법 개정 전 단속을 유예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오방가르드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법 개정 전 단속 유예 등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오방가르드 사태’ 관련 법안 비교 |
비교 항목 |
박수영 의원 안 |
박홍배 의원 안 |
전은수 의원 안 |
개정 대상 법률 |
공연법 |
식품위생법·공연법 각각 개정 |
공연법 |
방식 |
공연법상 ‘소규모공연시설’ 신설 |
공연 중 관객 호응을 허용하는 예외 신설(식품위생법), ‘소규모공연공간’ 지원 근거 신설(공연법) |
음악 실연 중심 ‘소규모음악공연장’ 등록제 신설 |
적용 대상 |
일정 규모 이하 공연 시설 |
춤 허용 특례는 일정 규모·시설·운영·안전관리 기준을 충족하고 공연법에 따른 공연을 하는 일반음식점에 적용 |
음악 실연을 전부 또는 주된 목적으로 하고, 식음료 판매 등이 이에 부수하는 일정 규모 이하 시설 |
춤·기립 관람 허용 |
해당 없음(공연법에는 춤 규제가 없음) |
공연 관람에 통상 수반되는 기립·춤 등 관객 호응 허용 |
공연 중 기립 관람·몸을 움직이는 행위 보장, 춤 허용에 관한 식품위생법상 영업자 준수사항 적용 배제 |
음식·주류 판매 |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 및 주류 면허 관련 규정에 특례 적용 |
일반음식점 기존 체계 유지 |
소규모음악공연장 내 주류 판매 규정 신설 |
금지·제외 대상 |
해당 없음 |
유흥종사자·유흥접객행위 시 배제 |
유흥종사자를 두는 경우 등록 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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