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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형 위탁 대안학교인 창원 범숙학교 이승석 교장이 지난 18일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구 기자 |
- 가정폭력·학교 부적응 겪는 학생
- 중·고교 교육하며 24시간 돌봄
- 국토순례·뮤지컬 등 용기 북돋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전국 유일 복지형 위탁 대안학교인 창원 ‘범숙학교’가 새삼 눈길을 끈다. 가정 해체와 가정 폭력 같은 피해를 보고도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여학생이 상처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20년 넘게 ‘작은 우산’이 된 학교로, 공무원과 뮤지컬 배우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한 기적적인 사례가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한다.
21일 경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창원 성산구 북면의 범숙학교에서는 교원 자격증이 있는 교사 4명과 외부 강사 10여 명 등이 가정 폭력과 가출,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를 겪는 20명 안팎의 학생을 상대로 중고등학교 통합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2001년 처음 문을 연 뒤 2004년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위탁교육기관 인가를 받으면서 정규 학력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어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의 관한 규정 제6조에 따라 본래 다니던 학교의 학적을 유지하면서 교과목 수업을 받고 출석과 성적 등을 인정받아 이 학교 출신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형태의 시설은 새로운 게 아니지만 학생이 주거하면서 365일, 24시간 체제의 돌봄 기능을 유지하는 복지형 시설은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는 범숙학교의 뿌리가 고 박범숙(1914~1991)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범숙’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평안도 출신의 수녀였던 그는 한국전쟁 직후 부산 망미동에서 사재를 털어 수백 명의 전쟁 고아와 피란민 등을 돌봤고, 간암과 말단비대증 등 건강 악화 속에서도 근검절약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천주교 마산교구에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범숙학교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아름다운 도전’이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 등 전국 곳곳을 도보나 자전거로 누비는 국토 순례, 합천 대암산 정상 부근에서 이륙하는 패러글라이딩 등은 학생에게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한다.
학생이 직접 대본과 음악을 익히고 연기와 춤을 연습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뮤지컬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은 2015년 창원대학교 강당에서 관객 1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캣츠’를 공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저마다 ‘어른’에게 입었던 상처를 감춘 채 형형색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대화 때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던 학생들은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스스로 목표했던 간호사 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와 사회에서 멀어진 아이들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신 본연의 삶을 꾸려가게 된 것이다.
25년간 이 학교를 지켜온 이승석 범숙학교 교장은 이를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680명이 이 학교를 거쳐갔고, 이 중 195명은 졸업장까지 손에 쥐었다”며 “교육청과 행정, 쉼터와 학교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다면 아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피할 수 있는 작은 우산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