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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그래픽. 국제신문 DB |
베란다를 막는 공사를 벌인 뒤 보일러 배기통을 외부로 빼지 않아 세입자 가족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뇌손상을 입힌 집주인을 두고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김동희 재판장)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숨진 A 씨 등 4명이 집주인 B 씨와 시공자, 한국가스안전공사·사하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9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B 씨는 2019년 8월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누수를 막기 위해 조립식 패널과 창문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가스보일러 배기통을 베란다 외부로 연장하거나 별도 환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가 마무리됐다. 배기통이 베란다 내부에 남으면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배기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A 씨 가족은 2023년 3월 이 집에 세를 들었다. 같은 해 12월 2일 밤 10시30분께 가스보일러를 가동했는데, 배기가스가 베란다와 연결된 창문을 통해 가족이 잠들어 있던 방으로 유입됐다. A 씨와 외할머니 C 씨는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숨졌고, 어머니 D 씨는 중독 상태로 발견됐다. D 씨는 저산소성 뇌병증 진단을 받아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B 씨는 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해 1월 금고 10월을 선고받았다. 임대인으로서 배기가스가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할 주의의무를 어긴 과실이 인정됐다. 이후 D 씨 등은 시공상 안전조치와 가스시설 점검, 불법 증축에 대한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한국안전가스공사와 사하구에도 관리 책임을 물으려 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주택의 구조적 위험성을 알았는데도 배기통을 외부로 연장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임대 이후에도 점검·수리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시공자에 대해서는 누수 방지 공사를 맡았을 뿐 가스시설은 공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청구를 기각했다. 도시가스 공급업체는 대행업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했고, 점검원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났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사하구를 두고는 관련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