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50일간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친 팬스타 아크로호. 국제신문DB
|
부산 기업 세 곳 중 두 곳이 북극항로 연관산업에 진출할 뜻을 품었지만 실제 실행 준비에 나선 기업은 극소수에 그친다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투자비 부담과 정보 부족, 법·제도 미비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는 12월 북극항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자금과 정보, 인증을 하나로 묶는 기업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부산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 북극항로 연관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특별법이 규정한 14개 법정 산업군 가운데 부산에 산업 기반이 갖춰진 해운·물류, 조선·해양플랜트, 금융·보험, 항만서비스, 정보통신(ICT), 해사안전, 수산 등 7대 핵심산업을 집중 분석했다. 7대 산업 세계 시장 규모는 2050년 기준 최소 165조 원에서 최대 70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부산권 극지 전문인력 수요도 2035년 2770명에서 2040년 4585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이 지난 4월 부산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북극항로 사업 진출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7.5%(135개사)에 달했다. 2016년 조사 당시 기록한 25.6%보다 41.9%포인트(P) 올랐다. 북극항로 시대가 부산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도 77.0%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맞춰 적극 대응을 계획하거나 이미 대응 중인 기업은 15.0%에 머물렀다. 진출 의향과 실제 준비 수준 사이에 52.5%P 격차가 벌어졌다.
기업들은 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시설투자 비용 부담(1위)을 꼽았다. 규제와 환경 제약 우려(2위), 관련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3위), 전문인력 부족(4위)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량 진단에서도 법·제도와 국제협력, 금융·서비스 분야가 시급히 보강해야 할 취약 영역으로 지목됐다. 5대 영역 자체 평가 결과 부산은 25점 만점에 16점을 기록해 노르웨이(25점)와 9점 격차를 보였다.
지난 8월 부산항 신항을 출항해 북극해를 통과한 국적 컨테이너선 첫 시범운항(팬스타 아크로호) 사례에서도 상업화 선결 과제가 확인됐다. 쇄빙선 호위 없이 운항에는 성공했으나 화물 확보량이 당초 목표 대비 72.2%(939TEU) 수준에 그쳤다. 유빙 영향으로 유럽 도착 일정이 2~3일 지연됐고, 보험료도 수에즈 운하 경유 대비 4~5배 높게 형성됐다. 항로 개설 자체보다 화물 확보와 정시성 담보, 극지 특화 보험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5대 추진 전략과 6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기업 원스톱 지원센터’ 구축을 꼽았다. 지난달 시의회를 통과한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례에 기반해 정보 제공과 비즈니스 매칭, 교육, 창업 보육을 단일 창구에서 처리하는 구상이다. 약 5000억 원 규모 부울경 광역 펀드 조성과 극지선박 전용 보험 4종 개발을 묶은 특화 복합금융 프로그램 도입도 제안했다.
아울러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 부산 유치와 5개년 기술 마스터플랜(약 5000억 원) 수립, 극지선박 건조·폴라코드 인증·컨설팅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연구·교육 구심점 역할을 할 부산형 산학연 혁신클러스터(B-ArcticLab) 조성과 극지활동 진흥 조례 병행 제정, 민간 협력 기구인 북극 비즈니스 네트워크(ABN) 가동도 핵심 과제로 담았다.
장하용 책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부산은 항만과 조선 등 하드웨어 역량은 뛰어나지만 법·제도와 금융, 정보 같은 소프트웨어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기업들의 높은 진출 의향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원스톱 지원 창구와 특화 금융·보험 등 실행 인프라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