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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준비 안 된 '경찰시대' <3> 진짜로 위험해진 ‘경찰 전관’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6-10-18 19:17:3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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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전관 의혹 수사 지휘했던 수장
- 로펌 선임 유도 혐의로 1심 유죄

- 전문위원 명함…형사사건 수임
- 생존 위해 변호사들 ‘전관’ 영입

- 비밀누설로 재판행 5년새 70건
- 취업심사 빈틈…법 규제 필요성

2016년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 검경 갈등이 표면화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경찰이 불법 포획을 의심해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을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면서 불거졌다. 유통업자들의 변호사가 울산지검 검사 출신으로, 당시 울산지검 간부와 학연으로도 이어져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경찰은 시민단체의 고발을 계기로 전관예우 의혹을 수사했다. 수사 책임자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이던 A 씨. 경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유래 없는 일에 앞장섰다. 사건은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해당 변호사와 담당 검사를 상대로 끈질긴 수사를 시도했다는 점은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검찰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의혹을 파헤치던 A 씨는 총경으로 퇴직했다. 그랬던 그가 뜻밖에도 ‘전경예우’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섰다. 경찰 인맥을 앞세워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동규 재판장)가 지난달 11일 A 씨에게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원정도박·성매매 사건 피의자들에게 불구속 수사와 수사 범위 축소 등을 약속하며 로펌 선임을 유도한 혐의다. 로펌 수임료는 3억1000만 원으로, 그는 일부를 상여금 등으로 받았다. 재판부는 청탁 약속과 대가성을 부인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상 높아진 경찰과 ‘전경예우’

A 씨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수사·기소 분리로 경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커진 ‘전경예우’ 우려를 잘 보여준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1차 수사종결권을 확보했다. 검사의 지휘를 받던 때와 달라진 위상이다. 수사·기소 분리로 초기 수사의 무게도 커졌다. 수사 단계에서 누구를 조사하고 어떤 증거를 확보할지 정하는 경찰의 판단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퇴직 경찰의 경험을 찾는 수요에 현직 인맥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면, 유착 위험도 커진다.

과거 경찰 전관의 활동 무대는 교통사고 보험조사 등에 그쳤다. 그러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거치며 형사사건 전반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참여연대의 지난달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로펌 취업심사를 통과한 퇴직 공직자 592명 중 경찰 출신은 175명(29.6%)으로 가장 많았다. 2016~2020년 매년 한 자릿수였던 경찰 출신은 2021년 48명으로 급증했다.

경찰의 달라진 위상은 법조계에서도 확인된다. 부산변호사회는 지난해 9월 법관·검사 평가처럼 수사 전문성과 적절성, 인권 보호 등을 살피는 사법경찰관 평가 도입을 추진했다.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찰을 ‘법조의 파트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실무적 변화다.

높아진 위상에 견줘 유착 차단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펌에 영입된 전문위원·고문은 사건 조언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끌어오고 수임을 중재하는 외근사무장 역할도 맡는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지역의 한 로펌 관계자는 “전문위원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사건 수임을 해내지 못하면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법조 시장 과열에 커지는 유혹

법조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개업 변호사도 ‘전경’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전관의 경력을 내세운 영업이 힘을 얻을수록 다른 변호사들도 생존을 위해 전·현직 경찰과의 관계를 활용하고 싶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경험을 제공하는 조력을 넘어 현직 인맥이 매출과 개인의 보상으로 이어지면, 수사정보를 빼내 사건을 유치하려는 유혹도 커질 수 있다.

부산에서는 한 변호사가 로펌 사무장 출신 복직 경찰관에게 돈을 주고 수사정보와 사건을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된 바 있다. 해당 변호사는 2022년 5월~2023년 6월 매달 200만 원씩 2600만 원을 지급하고, 사건 10건을 소개받아 별도 인센티브도 줬다.

지난 1월에는 수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경찰관 4명이 추가 기소됐다. 마약 감정 결과와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도 유출 대상이었다.

비밀누설은 반복되는 문제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선고된 전·현직 경찰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사건은 70건이 넘는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서도 2019년~지난 7월 법조계에 취업한 퇴직 경찰관과의 사적접촉 신고가 149건이었으나, 신고에 따른 별도 조처는 없었다. 경찰은 별도 감찰·수사에서 의무 위반 30여 건을 적발해 처벌했다고 해명했다.

■“법률로 전경예우 방지해야”

경찰은 지난 8월 사건문의 금지 원칙과 문의받은 수사관의 신고 의무를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고, 선임서를 내지 않은 변호사·사무장 등 외부인으로 대상을 넓히는 방침을 내놨다. 로펌의 보수 구조도 점검 대상이다. 변호사법 제34조는 사건 소개·알선 대가의 금품 수수를 금지한다. 전문위원의 실제 업무와 보수 지급 기준을 살펴 수임 보상에 대한 규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취업 규제에는 빈틈이 여전하다. 공직자윤리법은 업무 관련 기관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지만 재산공개 대상자가 아닌 변호사에게는 로펌 취업 예외를 인정한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퇴직 전 5년간 수사 등 업무를 한 경정 이상 변호사 자격 보유 경찰관의 예외를 줄이는 개정안을 냈으나 국회 심사 단계다. 경찰은 전문인력 확보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 의견을 냈다.

지역 한 법조인은 “경찰 자체 대책에는 의미를 두기 어렵다. 법률로 전경예우를 차단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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