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 만한 데 없다” “기금 적다”
- 사실상 방치하고 이자만 낼름
2027년이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5년 차에 접어들지만 부산지역 기초지자체 대부분은 애써 모은 기부금을 지역과 주민에 필요한 사업에 쓰지 않고 방치하는 실정이다. 일부 구·군은 제도 시행 이래 사업비 명목으로 기부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은행에만 예치해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1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절반인 강서·금정·부산진·영도·수영·연제·남구와 기장군 등 8곳이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에서 사업비 지출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으로 사업을 하려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위원회 심의와 의회 승인이 필요해 이들 8곳은 올해 안에 기부금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8곳 중 강서·금정·부산진·수영구와 기장군 등 5곳은 2023년 1월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시작된 이래로 기부금을 모으기만 했을 뿐 사업엔 나서지 않았다. 5곳이 모금만 한 이유는 대부분 기부금을 쓸 곳을 찾지 못해서다.
강서구는 2025, 2026년 사업 발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기장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군은 2024년 기부금으로 할 만한 사업을 모색해 60건의 제안을 받았지만 지출할 만한 사업을 찾지 못했다. 이후 2년 가까이 별다른 움직임 없이 기부금만 쌓았다. 기장군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기부금이 3억5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사업을 다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금정구 관계자는 “누적 모금액이 1억7400만 원으로 많지 않아 사업을 하지 않았다. 기금이 충분히 모이면 사업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정구는 올해는 9월까지 모금액이 1300여만 원에 그쳤다. 이들 5곳의 기초지자체는 그동안 은행 이자로만 3800만 원이 넘는 이자 수익을 올렸다.
5곳과 달리 사하구는 매년 모이는 기부금이 크지 않아도 지역과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올해 9월 말까지 약 1600만 원을 모금한 사하구는 ▷여성 안심 환경 조성 ▷경계선 지능 아동 진단·치료지 비원 ▷우수 자원봉사자 간병비 지원 등 다섯 개 사업에 6500여만 원을 썼다. 구 관계자는 “각 부서에 문의해 시급성 등을 고려해 사업을 해왔다. 매년 들어오는 기부금 액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필요성을 고려해 해마다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자의 뜻을 살리지 못하는 행정을 두고 학계에서는 거센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라대학교 이희태(보건행정학)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어려워 제도를 만들었지만 제도 도입 취지를 못 살리는 곳이 많다”며 “제도 도입 후 한 차례도 기부금 사업을 하지 않은 건 자칫 기부자 의지를 꺾을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