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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전용 쉼터, 공간은 구했지만
- 정부·市 운영비부담 이견 탓 난항
“장애인 사회 안전망이 이렇게나 유명무실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학대가 의심되는 친구를 발견해 임시 주거지를 알아보니 남성용 쉼터가 없어 들어가질 못하고, 전입 신고도 안 돼 지자체 지원도 받기 어렵다고 하니 방치된 것이나 매한가지 아닙니까.”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학대 의심 장애인 보호 체계에 혀를 내둘렀다. 29일 현재 그는 학대 피해 의심 장애인 A(26) 씨를 자체 보호한다. 부산에는 A 씨와 같은 남성 장애인이 임시로 머물 ‘피해장애인쉼터’ 등 공적 공간이 하나도 없어 생긴 일이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 모두 김 씨가 사비를 들여 해결한다.
김 씨는 약 한 달 전부터 A 씨를 지켜봤다. 행색에서 그가 생활에 문제를 겪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일반대행업체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A 씨는 때때로 김 씨 편의점에 들러 끼니를 떼울 만한 음식을 사 갔다. A 씨는 또래에 비해 무척 말랐고, 더우나 추우나 양말도 없이 반팔에 비닐 바지만을 입고 다녔다.
김 씨는 A 씨를 설득해 대화를 나눈 뒤 그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은행 계좌 등을 살폈다. 대행업체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A 씨는 하루에 50건 가까이를 배달하고도 1만 원 수준의 일당만을 받고 있었다. 이 돈으로 오토바이 기름을 넣고 밥을 먹었다. 대행업체 사장이 오토바이 수리비나 숙소 생활 중 일어난 내부 파손 사고의 책임을 A 씨에게 전가, 이를 빌미로 터무니없는 일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업체 ‘형’들의 폭언·폭력 정황도 엿보였다.
A 씨는 지적장애인이자 경기 한 보육원 출신 무연고자다. 업체가 약자인 A 씨를 학대·착취하고 있다고 확신한 김 씨는 관련 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장 A 씨가 숙소에서 벗어나 임시로 머물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부산에는 남성 장애인 쉼터가 없다는 답변 외에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부산의 학대 피해 장애인들은 인근 지자체에 자리가 없으면 쉼터 사용이 불가능한 처지다. 연고 없는 장애인은 쉼터에 들어가야 주소지를 소재지 지자체로 옮길 수 있는데, 이 역시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긴급복지 생계·주거비 지원은 주민등록지 관할이 원칙이다.
원래 쉼터는 혼성 시설로 운영됐다. 그러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성별 전용시설 설치와 기존 혼성시설의 공간 분리·전용시설 전환 노력 지침을 세우면서 변화가 생겼다. 해운대구에 자리한 기존 쉼터(4인용)가 여성 전용으로 바뀐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8월 복지부에 남성 쉼터 설치 예산 지원(약 3억5000만 원)을 요청했으나,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쉼터(19곳·남녀 분리 13곳)에도 운영비 지원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 신규 쉼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국비 없이 시비만으로 운영을 시작하면 시 재정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