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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3> 역사를 간직하지 않은 자, 멸할지니 ①

쓰촨에 자리 튼 고촉… 독특한 청동기 문명 꽃피우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5 19:05:1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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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허와 다른 독자적 문화 탄생

- 산맥·하천에 둘러싸인 험준한 지형
- 황허 유역 등 동쪽지역과 교류 못해
- 기름진 땅 십분활용 자체 문명 형성

# 수 천년 잠자던 수 천점의 유물

- 청두시 일부지역 청동기 다량 출토
- 청동인면상·수면상 토템숭배 추정
- 황금지팡이 문양은 왕권 상징 표현

# 제사와 관련된 청동 사람 조형

- 죽은 자에 가면 씌운 고대 유물과 달리
- 황금가면 청동인두상은 제사장 교감
- 제사용품 든 모습 보인 입인상도 눈길

쓰촨(四川)성이라 하면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마 ‘삼국지연의’의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 등 영웅에 매료되며 그들의 나라 ‘촉’의 땅이었음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쓰촨은 고대로부터 황허 유역과 교류하기에 매우 불리한 지리적 조건이었다. 동북을 친링(秦嶺)과 다파(大巴)산맥이 가로막고 있고, 그 험준함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천길 벼랑의 ‘잔도(棧道)’로 알 수 있다. 또한 동쪽으로 흐르는 창장(長江)의 깊고 거친 물살은 중류 아래 동쪽지역과의 교류도 어렵게 했다. 그러나 천부지토(天府地土)라 일컬어질 만큼 물산이 풍부해 고대로부터 ‘촉’과 ‘파’라는 독자 문화를 형성 발전시켜왔다.
   
1986년 7월 쓰촨(四川)성 성도 청두(成都)시와 인접한 광한시의 산싱투이 유적지에서 3000~5000년 된 청동기 유물이 대거 발견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 황금가면을 쓴 청동인두상 2. 황금지팡이와 여기에 새겨진 문양 3. 청동입인상 4. 금박호형식 금기(金器) 5. 청동좌인상.
■쏟아져 나온 고촉의 보물

1986년 7월 18일, 쓰촨성 성도 청두(成都)시와 인접한 광한(廣漢)시의 샛강 마무허(馬牧河) 건너편 산싱투이(三星堆)의 한 벽돌공장에서 땅을 파던 노동자가 홀(笏, 관복을 갖춘 관리가 손에 들던 패)의 일종인 옥장(玉璋) 한 점을 발굴했다. 광한은 이미 1931년에도 수차(水車)로 도랑에서 물을 퍼내던 농부에 의해 다수의 옥기가 발견되어 ‘광한옥기’라 불리며 ‘고촉(古蜀)’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오는 흐릿한 옛 왕국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청동기 유물이 대거 발견된 산싱투이 유적지 인근의 샛강 마무허의 평온한 전경.
발굴이 시작되고 일주일 뒤, 황금빛 찬란한 지팡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3000년 혹은 5000년을 잠들어 있던 놀라운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황금가면·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으르릉거리는 듯한 금박호형식(金箔虎形飾) 등의 금기(金器),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청동인두상(靑銅人頭像) 등 각종 청동기, 옥장·옥검(玉劍)·옥과(玉戈) 등의 옥기, 그리고 상아, 조개껍데기, 도기(陶器) 등의 다양하고 신비로운 유물이었다. 한 달쯤 뒤인 8월 16일에는 인근 벽돌공장 노동자가 또 다른 갱을 발견했다. 2호갱으로 명명된 그곳에서는 금기 61점, 청동기 735점, 옥기 486점, 상아 67점, 상아구슬 120점, 조개껍질 4000점 등 엄청난 양의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청동입인상(靑銅立人像)이나 청동신수(靑銅神樹)는 조형의 정밀함과 화려함은 물론 기이하고 진귀한 면에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금가면

   
산싱두이박물관의 내부 모습.
황금가면은 1· 2호갱 모두에서 출토됐다. 그중 황금가면을 쓴 청동인두상도 있었다. 48.5㎝ 높이에 이마 위는 둥그런 민머리 모양이고 두꺼운 두 눈썹과 큰 두 눈, 길게 찢어진 입을 제외한 안면 전체가 금박 가면으로 씌워져 있어 따로 출토된 황금가면들도 인두상에서 분리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했다.

고대 유물 중 황금마스크는 이집트와 그리스, 남미의 나스카와 콜롬비아 유적 등지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황금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 마스크는 대부분 죽은 사람의 얼굴이나 미라에 씌워져 있던 것들로 사자(死者)의 안면을 보호하거나 재현하는 용도였다. 나스카 가면은 종교적 상징으로 제작된 것이라 하지만 독립된 기물로 산싱투이 황금가면과는 다른 형태였다. 더구나 사람의 얼굴을 한 청동인두상이 제단(祭壇)에 배열되는 기물이었다면, 그것은 신이나 그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누군가의 상징일 것이다. 특히 밝고 찬란한 황금빛 신령스러운 가면의 두 눈과 입을 노출시킨 형태는 그가 제례장면을 지켜보며 직접 제사장과 교감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황금 지팡이는 직경 2.3㎝, 길이 143㎝에 무게 463g으로 흙더미에 눌려 납작한 형태로 출토됐다. 그것을 펼치니 황금 판의 넓이는 7.2㎠이며 안쪽에 탄화된 나무가 있어 황금 판으로 나무를 둘러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지팡이 상단에는 46㎝ 길이의 장식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양은 지팡이 끝에 깃털 달린 두 개의 화살이 각각 새의 목을 관통하여 물고기 눈 바로 위를 뚫어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그 아래에도 같은 그림이 한 벌 더 있어 모두 네 마리의 새와 물고기가 포획된 모습이다. 또 더 아래에는 환하게 웃는 표정을 한 두 사람의 둥근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머리에는 다섯 개의 뾰족한 삼각형이 돌출된 관을 쓰고 있고 귀에는 삼각형 귀걸이를 늘어트리고 있다. 이 황금 지팡이의 용도는 왕권의 상징이거나 제사장이 사용한 법기일 것으로 대략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실물 크기의 청동입인상

   
청동기 유물이 대거 발견된 산싱투이 1호갱 발굴 당시 모습.
대형 청동입인상은 최대 폭 64.1㎝에 높이는 무려 262㎝에 달한다. 맨발로 밟고선 좌대의 높이를 제외하면 머리에 쓴 관을 포함하여 180㎝ 가까운 실물 크기의 사람 형상이다. 얼굴은 두꺼운 눈썹과 큰 눈으로 과장되게 표현됐지만 자못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른쪽 옷섶을 바깥으로 내어 메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장포에는 네 마리 용을 형상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 그가 신성한 신분임을 나타낸다. 특히 극도로 마른 몸매도 인상적이지만 비대칭적으로 큰 손이 무엇인가를 쥐고 있는 듯한 모습은 함께 출토된 상아나 법기(法器)를 들었을 듯해 제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동소인상(靑銅小人像)이나 궤좌인상(跪坐人像)은 대형 입인상과 전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머리에 추상화된 짐승 모양의 관을 쓰고 있으며, 무릎을 꿇은 자세로 보아 신분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청동인두상은 1호갱에서 13점, 2호갱에서 44점이 각각 출토되었다. 모두 상의(上衣) V자 목 부분 이하는 생략된 삼각형으로 주조되었다. 이들은 전부 원형의 머리 모양이지만 정수리 윗부분을 생략한 평평한 모양, 그 위에 관을 쓴 모양, 머리를 감은 모양, 양쪽에 뿔 달린 투구를 쓴 모양 등 다양하다. 얼굴의 생김새는 입인상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간결한 눈썹과 자연스러운 입 모양을 한 여성 인두상도 있다. 특기할 것은 대부분의 인두상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인데, 1호갱에서는 순금을 압축한 황금 가면이 나왔고, 2호갱에서는 황금 가면을 쓴 청동인두상이 여러 개 출토되었다.

   
청동인두상
머리에 인 나팔 모양의 준을 바치는 듯한 청동 여인상(나팔좌정준궤헌청동여인상,喇叭座頂尊跪獻靑銅女人像)은 짧은 치마를 입은 하반신과 달리 상반신은 벌거벗은 채 유방을 돌출시켜 다산과 관련한 상징으로 생각된다.

청동인면상은 반원형의 가면 형태로 어떤 것은 두 눈이 돌출된 것도 있고, 안구를 검은색으로 칠한 것도 있으며, 입술에 붉은 안료를 칠한 것도 있다. 특히 3점의 종목인면상(縱目人面像)은 안구가 뚜렷하게 돌출되고 양쪽 귀와 입이 과장되게 표현됐으며, 콧마루 위에 높이가 66㎝에 이르는 기이한 장식물이 세워져 있어 토템과 관련된 상징으로 생각된다.

청동수면상(靑銅獸面像)은 청동판에 양각 부조 방법으로 주조된 가면의 형식인데 2호갱에서 9점이 출토됐다. 이것들은 사람의 얼굴을 특히 눈과 입이 과장되게 표현한 형태지만 머리 부분과 양 끝의 장식은 기이한 동물의 형태이다. 그중 어떤 것은 턱 아래에 발이 하나인 전설상의 기룡(夔龍) 두 마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을 한 것도 있다. 하지만 수면상이라는 후대 학자들의 명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학적인 인간의 모습이 더 강하게 엿보여 토템과 결합한 인간, 즉 신과의 교류를 매개하는 중개자의 상징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다음 회에 다른 유물과 함께 함께 역사적 의미가 이어진다.


# 3·1절에 문득 떠오른 티베트 수도 라싸의 슬픈 현실

- 포탈라궁 맞은편 ‘서장화평해방기념비’
- 중국군 침략을 해방이란 이름으로 바꿔
- 일제침탈서 살아남은 선열 모습 오버랩

왜 떠나지 않는 것인지, 중국 티베트는 사람이 사는 땅 중 가장 가혹하다. 그래서 그들의 삶과 문화는 더욱 성스럽게 느껴지고, 존중하고, 지켜지기를 바라게 된다.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건너편 호수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광장에 우뚝 서 있는 기념비.
2006년 여름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들어갔다. 먼저 찾은 곳은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이라 불리는 포탈라궁. 그런데 궁 건너편, 예전 호수가 있던 자리는 메워져 화강석광장이 조성되고 그곳에 주변을 압도하는 위용 탑이 서 있었다. ‘서장화평해방기념비(西藏和平解放記念碑)’ 글씨의 주인은 전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이다.

   
티베트인들은 어디서나 오체투지의 배를 올린다.
라싸를 점령한 중국군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전 세계가 알고 있는데 ‘화평’ ‘해방’이라니. 심통이 나 슬며시 양팔을 들어올리며 ‘티베트 독립 자시탈레’를 웅얼거렸다. 자시탈레는 ‘신의 뜻으로 잘 될 거야’는 뜻으로 기원을 의미한다. 바로 옆 티베트족 가이드가 기함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저기 공안의 감시 눈빛이 번득거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알았다고 답해놓고 종일 자시탈레를 웅얼거려 가이드의 애를 태웠다.

   
거리에서 야크버터를 파는 티베트 청년.
저녁 무렵 호텔에 들어서는데 로비에 두 줄로 늘어선 10여 명이 유독 내게만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 어리둥절했다. 모두 여행사 관계자 명함이기에 의례적 인사려니 했다. 식당에서 가이드가 술값을 내겠다기에 우리는 술 귀신들이라 해발과 상관없이 바이주(白酒)를 마시니 괜한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설산 맑은 물로 빚은 라싸 바이주는 정말 좋았다. 한 병에 몇 만원쯤 하는 바이주를 각자 한 병꼴로 비우고 계산을 하려는데 정말 이미 치렀다는 것이다. 가이드 비용이 얼마나 된다고. 술값을 건네며 까닭을 물었다. 낮 동안 내가 웅얼거린 자시탈레 만행(?)을 사장에게 보고했더니 누군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호텔로 찾아왔던 것이고 술값 지불도 지시했단다.

   

50만 명 조금 넘는 라싸 인구의 5분의 1은 한족이다. 금융 등 각종 특혜를 받아 들어온 한족은 티베트 경제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티베트족 여행사 입장에선 낯선 이방인의 만행이 내심 고마웠던 모양이다. 3·1절, 일제의 침탈에서 기어이 살아남은 선열을 생각하다 라싸의 일이 생각났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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