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투리의 미학 <4> 경상도 가수와 음감

소리 높낮이 잘 이해 … 노래에 자질

우리나라서 높낮이로 뜻 구분 유일한 언어

'절대 음감' 가능성 타지역 보다 훨씬 높아

안되는 발음 억지로 교정말고 특성 살려야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4-09-21 21:15:0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상도 출신 가수들은 다른 지역 출신보다 음의 높낮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노래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왼쪽부터 나훈아 현철 설운도 강산에.
나훈아 문주란 설운도 현철 최백호 김태우(지오디) 배기성(캔) 장우혁(에치오티) 김재덕(잭키) 원미연 이한철 강산에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경상도 출신의 가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노래를 잘하며 예전에 인기 있는 가수였거나 요즘도 인기 있는 가수이다. 더러는 경상도 가수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많은 연예인 중에서도 경상도 출신의 가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경상도 출신의 아나운서가 드물고 힘든 것처럼, 경상도 출신의 가수도 발음을 교정해서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경상도 출신의 가수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경상도 출신 가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쓸쓸히 사랑하게 된거야"를 "썰써리 싸랑하게 댄거야"로 부르거나 "흙에 살리라"를 "헐게 살리라"로 부르는 등 경상도 발음이 그대로 노래에 녹아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가수는 경상도 사투리 하나 없이 잘 불러 경상도 가수인줄 모르고 있다가 인터뷰할 때 사투리가 나온 것을 보고 '아 저 사람은 경상도 가수구나' 하고 짐작하는 경우도 있다.

경상도 출신의 가수들은 노래를 잘 부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경상도 가수들은 다른 지역 출신의 가수와는 달리 높낮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노래의 본질은 음정과 박자에 있다. 박자의 경우, 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만, 음정의 높이는 늘 일상적인 언어 속에 높이가 녹아 있는 경상도 사람들이 유리하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음악가 중에서 바하, 요요마, 마일스 데이비스,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원더와 같은 사람들은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절대 음감의 소유자라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한다. 다른 음과 비교하지 않고도, 음높이를 즉석에서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 음감인데 이들은 인구 2000명당 1명도 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절대 음감을 가진 천재들이란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절대 음감이 유전적으로 부여받는 재능이라 여겼지만 요즘엔 음악 교육을 시작한 시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절대 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6세 이전에 음악 교육을 시작했으며,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빠를수록 절대 음감을 갖게 될 확률도 더 높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절대 음감이 모국어의 특성과도 관계 있다는 점이다. 뉴욕의 음악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아시아계 학생 32%, 비아시아계 학생 7%가 절대 음감을 보였으며, 아시아 학생 중에서는 중국인이나 베트남인에게서 절대음감이 쉽게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그들의 모국어가 음높이나 억양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지는 성조 언어이기 때문에 그들이 말을 배우면서 음높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절대 음감을 쉽게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들 과학자들의 연구가 믿을 만한 것이라면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절대 음감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는 경상도 언어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높낮이로 뜻을 구분하는 언어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경상도 사람들은 "(개가) 마- 죽었다"는 첫어절을 높게 하고 뒷 어절을 낮게 하면 개가 그냥(마) 이유도 없이 죽은 것이고, 반대로 첫어절을 낮게하고 뒷어절을 높게 발음하면 개가 몽둥이에 맞아(마) 죽은 것이 된다는 것을 안다.

또한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의 단순한 연결도, 높낮이에 따라 '아까 그 아이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냐, 아니면 다른 그 아이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냐?'로 암호 해독하듯 해석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가 뜻을 구별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언어이다.

경상도 사람들의 이러한 특성을 높낮이 언어, 성조 언어라고 한다. 경상도 높낮이는 소리를 단순히 크게 하고 작게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경상도 높낮이의 본질은 특정한 소리가 다른 소리와의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게 들리는 데 있다.

이 높낮이는 음악의 음계와 유사하다. 음악의 음계는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지만 경상도의 높낮이는 상대적인 높이라 특정한 기준의 음계로 표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발음으로는 쉽게 알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면'의 '서'가 높은 음이나 아니면 낮은 음인가를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서면'과 '부전동'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인 높낮이를 알 수 있다. 발음으로 비교해 보면 '서면[3-3]'의 '서'[3]가 '부전동[2-3-3]'의'부'[2]보다 약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경상도의 높낮이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에 같은 경상도라도 높낮이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부산은 고, 중, 저 등의 3단으로 나타나지만 대구를 비롯한 경북지역은 고, 저 2단에다 길이가 있어 높낮이의 느낌이 다르다.

부산보다 대구쪽이 좀더 높낮이의 차이가 많이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전화왔어요'의 발음의 경우 부산 사람들은 높낮이의 변화가 많이 보이지 않는데, 대구 사람들은 '전(젖)-나왔어요(?)'처럼 들린다. 높낮이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또한 광주나 전라도 지역에서도 약간의 높낮이가 나타나는데 이쪽 사람들은 길이를 주로 쓰면서도 세게 들리는 소리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키다리'의 경우, 첫음절 '키'가 센소리가 있기 때문에 크게 들리고 또한 높이도 높게 발음 한다.

더러는 경상도 높낮이와 중국의 성조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경상도의 높낮이는 중국의 성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성조는 4성으로 모든 낱말의 높낮이가 고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三[se]'의 경우, 제1성으로 고음을 높고 평평하게 힘을 빼지 않고 높이를 유지해서 발음하면 된다. 이러한 '三[se]'의 발음은 문장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중국의 성조는 낱말 단위로 익히면 되니까 발음하기 쉽다.

그러나 경상도 말은 언어의 특성상 낱말이 가만히 있지 않고 뒤에 조사가 붙거나 어미가 붙어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낱말의 높이를 유지하지 못한다. 뒤에 따라오는 조사나 어미에 의해 높낮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馬)'은 '말보다, 말부터'는 [1-3-1]로 나타나지만 '말이다, 말에서'는 [3-1-1]로 발음된다. 그래서 경상도의 높낮이는 쉽게 발음하더라도 다른 지역사람들이 높낮이는 느끼지만 자세하게 드러내기는 어렵다.

   
이처럼 경상도 말은 높낮이가 중요한 언어라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힘들여 높낮이를 연습하지 않더라도 평소의 말에 높낮이를 얹고 있어 학습하기 쉽다.

게다가 이러한 높낮이 특성을 잘 살리면서 가사까지도 경상도 말로 나타낸다면 경상도 사람들이 굳이 발음의 제약을 받으면서 어렵게 가수가 될 필요는 없어 진다.

강산에(강영걸) 노래 "와그라노"를 들으며 경상도 높낮이의 오묘함을 감상해 보자. 경상도 사람들 중에 바하, 요요마, 마일스 데이비스,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원더와 같은 절대 음감을 가진 음악가가 나올 때를 기대해 본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과 외래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수 김호중팬클럽 ‘그레이스방’ 회원들,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 성금 전달
  2. 2'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3. 3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6. 6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7. 7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8. 8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9. 9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2. 2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3. 3[정가 인&아웃] 울산 남갑서 당권파 - 친한계 격돌하나
  4. 4“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5. 5[속보]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6. 6李 유엔연설 “한반도 종전 위해 당사자 대화하자”
  7. 7민주 “조희대의 내란” 국힘 “더 가면 李탄핵”
  8. 8국힘 유용원 “北포로 송환, 정부 노고 감사…젤렌스키 통해 알려진 건 아쉬워”
  9. 910대 부산시의회 의정모임 해양·이동 문제 집중
  10. 10[속보] 北외무상 “핵보유 의지는 백년·천년이 지나도 절대불변”
  1. 1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2. 2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3. 3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4. 4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5. 5[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6. 6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7. 7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8. 8빚에 허덕이는 20·30세대…올해 '개인회생 신청' 3만명 육박
  9. 97000피 사수했지만 ‘전강후약’…연휴휴장 속 美中정상회담 촉각(종합)
  10. 10132개사 키운 부산銀…스타트업 IR로 기업과 연결
  1. 1'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2. 2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3. 3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4. 4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5. 5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게 이름 ‘시진핑’이라서?…한밤중 괴한에 ‘페인트 테러’ 당한 중식당
  8. 8밀양 분만 의료공백 현실화…산모들 부산·창원 원정
  9. 9북구, 오태원 전 구청장 수사의뢰…‘쑥뜸방’ 과태료·변상금 부과 절차
  10. 10남구의 파격…‘음식점 소공연장’ 대관료 지원 검토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