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큐베이팅실 공간 제공받아
- 24시간 생활하면서 창작활동
- 현실적 도움에 부모님도 지지
- “더 많은 작가 혜택 받았으면…
-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 그릴래요”

‘포텐 터질 방’

	부산글로벌웹툰센터 인큐베이팅실에 입주한 예비 작가 5명이 ‘WEBTOON’ 글자로 장식된 센터 입구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민성현 강승훈 옥광휘 권순규 이소현 씨.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지난 8월 개관한 부산글로벌웹툰센터(부산 해운대구 우동) 인큐베이팅실 입구에 붙은 문구다. ‘잠재력’을 뜻하는 ‘potential’을 줄여 만든 조어 ‘포텐’이 터진다, 즉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데뷔를 앞둔 예비 작가 5인이 현재 이곳에 입주한 ‘주인’인데, 당사자들은 “누가 붙였는지 모른다, 볼 때마다 오글거린다”고 호들갑 떨다가도 이내 “꼭 터뜨리고 가야지, 좋은 작품 해야지 다짐하게 된다”고 웃었다. 5명의 젊은 예비 작가 이소현(21) 옥광휘(24) 민성현(28) 강승훈(27) 권순규(25) 씨를 만났다.

이들은 지난 8월 31일 웹툰센터 개소와 함께 인큐베이팅실 입주 작가로 선발됐다.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부산웹툰 육성 거점 시설로 부산글로벌웹툰센터의 문을 열고, 웹툰작가 43명이 작업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을 만들었다. 중견부터 신인까지 경력별로 고루 모집했고, 예비 작가 공간도 만들어 선배와 교류하며 데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인큐베이팅 입주 작가로 선정된 5인은 대부분 24시간 이곳에서 생활하며 웹툰을 창작한다. 따로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잠을 자고, 새벽 6시면 눈을 떠 크로키 연습과 스토리 구상에 몰두한다. 선배 작가들이 오다가다 던지는 조언은 큰 도움이 되고, 이를 발판 삼아 데뷔를 향해 나아간다. 소현 씨는 중견 남정훈 작가와 함께 작업을 준비 중이고, 광휘 씨는 에이전시와 작가 계약을 한 뒤 추리물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작가 데뷔라는 꿈에 훨씬 가까워진 셈. 소현 씨는 “부모님께 처음으로 ‘우리 딸 장하다’며 인정받았다”고 웃었다.

웹툰센터 입주는 이들에게 여러모로 큰 힘이 됐다. 혼자 작업하던 외로움도 덜고, 과거와 달리 데뷔 경로도 다양해진 데다 계약 조건도 복잡해진 상황에서 현실적 도움이 컸다. 웹툰을 보는 달라진 시선도 힘이 된다.

순규 씨는 “원래 친척의 반응이 정확하지 않나? 고등학교 땐 ‘만화 그린다’고 하면 철없다고 여기셨는데, 웹툰의 위상이 올라간 덕분에 이제는 ‘잘 해보라’고 응원하신다”고 웃었다.

부모님이 서점을 운영해 만화를 보고 크며 자연스럽게 작가를 꿈꿨다는 성현 씨는 “만화가의 현실 탓에 반대하던 부모님도 이제는 지지하신다”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들의 막힘 없는 설명은 끝없이 이어졌다.

예비 작가들은 어떤 작품을 목표로 할까. “한번 보고 마는 작품이 아닌, 독자가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쓰고 싶어요” 승훈 씨가 말했다. “가볍게만 읽히는 웹툰은 싫다”고 했다. 로맨스 웹툰을 준비하는 소현 씨는 “어릴 때 만화를 읽다 보면 마지막에 감정이 폭발하던 강렬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런 느낌을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소현 씨는 “웹툰을 돈 주고 봤으면 좋겠다”는 현실적 아쉬움도 덧붙였다.

SF 만화를 그리고 싶은 순규 씨는 “쉬운 SF를 그리겠다”고 했다. “SF는 설정이나 배경이 짜임새 있으면 깊어지긴 하지만 어려워질 수 있다. 깊고도 쉬운 SF를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광휘 씨는 “액션 만화를 자유롭게 펼쳐 보이고 싶다”고, 성현 씨는 “한 방의 성공 보다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꾸준한 사랑’은 다섯 명의 공통 목표이기도 하다. 이들은 “더 많은 웹툰작가가 좀 더 안정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작하며, 좋은 작품으로 독자 마음에 오래 남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