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2~29일 9개 극단 참가
- 6월 2~3인극 ‘작강연극제’ 신설
- 소극장 연극의 매력 부각·독려
“이젠 어디 가서 연극한다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 돈도 명예도 없었지만, 예술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았는데 이제 그마저도 지키기 어려워 착잡합니다.” (중견 연극인 A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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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열린 제35회 부산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배우창고 ‘나는 채플린이 아니다’(박훈영 연출). 부산연극협회 제공 |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이 공연 예약 감소로 즉각 나타납니다. 문의가 줄고, 예매율이 크게 떨어졌어요.” (연출 겸 극장 대표 B 씨)
“연극과에 가려는 자녀를 설득해 다른 과로 입학시켰다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 단원들은 ‘너는 괜찮냐’는 질문을 받는답니다. 연극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아 속상해도 대꾸가 어렵죠.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은데 허탈함이 가시질 않아요.” (연출 겸 극단 대표 C 씨)
봄이 오면 분주해지는 부산 연극계가 침통하다. 예년이면 4월 열리는 부산연극제를 시작으로 소극장 공연, 봄 축제 무대 준비로 기지개를 펼 때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달 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씨 성폭력 파문이 몰아닥친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연희단거리패는 부산과 긴밀한 극단이었고, ‘미투’ 운동 이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처음으로 구속된 피의자는 경남 김해의 극단 번작이의 대표였다.
직접적 연루된 바는 없으나, 부산 연극인들은 위축된 마음을 떨치긴 어렵다. 부산연극협회 손병태 회장은 “‘미투 운동’의 여파를 실감한다. 연극인들의 상심이 크지만 이를 계기로 그간 현장과 태도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고 전했다.
깊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연극제는 예정대로 열릴 계획이다. ‘악전고투’지만 축제로 분위기 쇄신도 꾀한다. 부산연극협회는 다음 달 12일부터 29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부산예술회관 등지에서 ‘제36회 부산연극제’ 개최를 확정하고 극단 끼리프로젝트 변진호 대표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했다. 부산연극협회 소속 24개 극단 중 ‘이그라’ ‘누리에’‘연’ ‘이야기’ ‘세진’ ‘더블스테이지’ ‘시나위’ ‘자유바다’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9개 극단이 참가하고, 지난해 도입한 참가작 조건인 ‘공연일 이전 1년 내 창작된 작품은 창작·초연이 아니라도 참가할 수 있다’는 기준은 올해도 유지된다. 협회는 부산시와 함께 2020년 열리는 ‘제5회 대한민국연극제’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신설한 부문도 있다. 대규모 공연 중심의 연극제에 참가하기 어려운 2~3인극 위주의 ‘작강 연극제’다. 작지만 강하다는 뜻으로 갈수록 작품이 대형화되는 경향 속에서 소극장 연극의 매력을 부각하고, 제작 환경이 영세한 극단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획됐다. 6월 7일부터 7월 1일까지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리고 7개 팀이 참가한다.
지난해 처음 열린 ‘내일의 걸작’은 계속된다. 만 39세 이하 청년 연극인 인큐베이팅을 목표로 연초부터 6개월 동안 서바이벌 방식으로 열리는 기획으로 최종작으로 선정되면 공식 공연을 지원한다. 아마추어 연극인이 참가하는 제2회 을숙도시민연극제는 다음 달 16일부터 5월 7일까지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사하구 하단동)에서 열린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