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교차된 윤이상·율리시스의 여정 ‘고향이란 무엇인가’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귀향’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8-04-01 18:56:46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음악극 리뷰

- 긴 런웨이처럼 자갈 깐 무대
- 고향 향한 그리움·고난 표현
- 韓가곡·바로크 오페라의 조화
- 동·서양 악기 양식 경계도 지워

# 연출가 루트거 엥겔스 인터뷰

- “고향·정체성 의미 묻고 싶었다
- 내년 1월 베를린 공연 확정돼”

지난달 30일 밤 10시, 경남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의 가변 극장 ‘블랙박스’ 한가운데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긴 무대가 놓이고 양 끝에 서양 악기와 우리 전통 악기가 자리했다. 300석 좌석은 무대 옆에 나란히 배치됐다. 긴 여정 속 고난을 표현한 듯한 자갈이 무대를 뒤덮었고, 그 위로 20년째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괴로워하는 율리시스가 고통의 아리아를 토해냈다.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올해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작 ‘귀향’. 작품 한 장면. TIMF 제공
동서양의 언어, 악기, 음악, 인물이 점차 섞이며 만들어 낸 이질적이고도 묘한 어울림은 마침내 양식의 경계를 완전히 지워냈다. 독특한 어우러짐이 탁월한 연출에 힘입어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장르와 의미로 거듭난 것이다. 2013년 통영에서 헨델의 오페라와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의상을 결합한 ‘세멜레 워크’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유명한 오페라 연출가 루트거 엥겔스(독일)의 두 번째 작품 ‘귀향’ 초연 현장이다.

   
율리시스 역 바리톤 이응광.
‘귀향’은 ‘2018 통영국제음악제(TIMF)’의 주제를 ‘귀향’으로 결정한 통영국제음악재단이 루트거 엥겔스에 의뢰해 탄생했다. 고 윤이상 선생이 유해로나마 귀향(국제신문 지난 31일 자 2면 등 보도)한 것에 맞춰 발표된 만큼 올해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루트거 엥겔스는 조금은 낯선 바로크 오페라인 몬테베르디의 ‘율리시스의 귀환(1640 초연)’을 갖고 온다. 트로이 전쟁 10년과 이후 10년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율리시스의 여정에 전통 가곡을 교차시켜 자연스레 고향에 오고 싶지만 올 수 없었던 윤이상의 여정을 떠올리게끔 했다. 루트거 엥겔스는 “고향과 근원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은 주제였다. 나의 나라 독일 역시 분단의 경험이 있고, 이에 따른 고향과 정체성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고향과 귀향을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극은 흥미로운 요소를 끊임없이 등장시킨다. 파격적이고도 세련된 연출이 빛을 발한다. 17세기에 사용되던 건반악기 하프시코드, 기타를 닮은 테오르보, 첼로를 닮은 비올라 다 감바 같은 악기를 연주자들이 이동하며 연주했다. 이 악기들은 오늘날엔 볼 수 없는 고악기로,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현을 만들 때 짐승의 내장을 활용했던 전통 방식도 적용한 것이다. 이어지는 아리아 사이엔 우리 전통가곡인 계면조의 ‘사랑거즛말이’ ‘뒷메에’ 등이 이탈리아어 가사와 전통 가곡 창법으로 불려진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합주.
대중가요인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가 상황을 담아 읊조리듯 나오는 것도 독특하다. 남편을 그토록 기다렸지만, 20년이 지나 변해버린 채 나타난 남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율리시스의 아내 페넬로페의 갈등과 비로소 귀향했지만 진정한 안정과 평화는 찾지 못한 율리시스의 모습은 ‘귀향’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메조소프라노 안나 라지에예프스카가 페넬로페를, 유럽 오페라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리톤 이응광이 율리시스를 맡았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여창가객 박민희가 작품 속 우리 소리를, 유홍(대금) 김웅식(타악) 김준영(거문고) 강지은(해금)이 전통 악기를 연주했다.

   
루트거 엥겔스
개막일 첫 공연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고 즐거웠다”는 루트거 엥겔스는 “관객도 공연의 일부가 되길 원했고, 패션쇼와 같은 무대 배치 또한 그 의도에 따른 것이다. 반응이 즉각적이고 무대와의 소통이 훨씬 긴밀하기 때문인데 의도가 이뤄진 것 같아 좋았다. 바로크 악기와 한국 국악기의 조화도 매우 훌륭한 시도였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며 “내년 1월 베를린 공연이 확정됐고, 벨기에와 영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작품은 꾸준히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정지영·이명세 등 “암살자(들) 정쟁 도구화 말라”
  4. 4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8. 8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9. 9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10. 10‘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1. 1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