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남자] 책 향한 광기가 부른 파국…그 열정은 아름다워라 /박진명

위험한 책-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들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16 19:44:06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우연히 알게 된 광적인 애서가 이야기
- 책 한 권 때문에 집까지 무너뜨린 그는
- 위험하고 우둔했지만, 낭만적이었다
- 좋은책 나누며 그 매력에 빠져보려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띤 이 책은 책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전 문헌학 전공인 레오나드 우드 교수는 노년에 이르러 반신마비가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다섯 권이 제자리에서 빠져나와 그의 머리에 떨어져 버린 탓이었다. (중략) 내가 아는 어떤 칠레산 개는 웬일인지 몹시 성이 난 어느 날 오후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몽땅 삼켜버린 뒤 소화불량으로 죽고 말았다.”
추리소설 형식을 띤 ‘위험한 책’은 애서가들의 책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위트 있게 풀어내고 있다. 광기에 가까운 책에 대한 열정이 한편으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은 도서관의 장서.
이야기의 문을 여는 인물인 블루마 레논은 책방에서 에밀리 디킨스의 구판본 시집을 사서 교차로에서 시를 읽다가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나’는 한 때 그녀의 연인이었고, 그녀의 뒤를 이어 연구실을 사용하고 강의를 이어받게 된 동료로 어느 날 그녀 앞으로 온 소포에서 시멘트 부스러기가 묻어 있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녀가 다른 지역의 회의에 참석하면서 짧은 로맨스 상대였던 브라이어라는 인물에게 주었던 책이 2년이 지나 시멘트 가루가 묻은 채 다시 돌아온 것에 복잡한 호기심을 느낀다. 결국 수취인이 죽고 없으니 이 책의 주인인 ‘브라이어’를 찾아 돌려주겠다며 여정을 떠난다.

주소나 메모 등 단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브라이어라는 인물을 추적하며 ‘나’는 몇몇 독서광이나 책 수집가들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브라이어라는 인물도 희귀본 책들을 비롯해 2만여 권의 장서를 수집하고 보관하던 광적인 애서가 중 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혼 등 여러 문제로 가세가 기울던 이 인물은 그 수집벽과 더불어 19세기 취향으로 촛불을 켜놓고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어느 날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다가 잠든 사이 촛대가 넘어져 불이 번졌다. 다행히 책들은 무사했지만 자신이 모아온 책을 꼼꼼하게 정리해둔 서지 목록이 불에 타버려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자신만의 책의 분류와 회로가 통째로 날아 가버리고 말았다. 혼돈에 빠진 그는 포기할 수 없는 그 책들을 한적한 바닷가로 옮겨 책으로 기둥과 벽을 쌓아 시멘트를 발라 오두막을 지었다. 보르헤스, 카프카, 칸트, 헤밍웨이, 아리스토텔레스 등 숱한 고전과 장서들이 벽돌을 대신했다. 나중에 그 바다의 오두막까지 찾아간 ‘나’는 그곳에 사는 어부들을 통해 그가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집 이곳저곳을 부수기 시작했고, 결국 집이 무너져 내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사 갈 때마다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책을 이고 지고 날라본 사람, 책을 읽을 때마다 정신적인 소득을 기입하듯 해와 달과 날을 기록하는 사람, 첫 장에 자기 이름을 적거나 공공도서관처럼 도장을 찍어 놓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소설 속 인물들의 과도한 책에 대한 집착도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위험한 책’이라는 제목과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때로 우둔할 정도의 집착이 지니는 위험성을 위트 있게 드러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광기에 가까운 책에 대한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주 광안리 근처 ‘생각하는 바다’라는 책 읽는 공간을 열었다. 책장 한 칸씩을 분양해 여러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책을 채우고 사람들이 그 책을 꺼내볼 수 있도록 했는데 벌써 30명 넘게 분양을 신청했다. 소설 속 인물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좋은 책을 모으고, 나누고, 자랑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죽어도 그리 나쁜 죽음은 아닐 것 같고 사랑에 빠지는 것을 비롯해 어떤 낭만이든 사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 않을까. 그렇다고 좋은 책을 나누는 낭만에 목숨을 걸 만큼의 위험이 꼭 있어야 하는 일은 아니겠고.

생각하는 바다 대표·문화기획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4. 4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7. 7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8. 8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9. 9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3. 3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4. 4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5. 5‘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6. 6“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7. 7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8. 8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9. 9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7. 7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8. 8“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4. 4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5. 5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6. 6“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7. 7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8. 8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9. 9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0. 10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