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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2> 서양 상인들이 연 동아시아 근대

서양 상인들의 탐욕 … 아시아, 개항·근대화를 강요당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0 19:08:4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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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열강 상인들 새 시장 개척
- 막강한 국가 군사력 등에 업고
- 바다 건너 조선·일본·중국 진출

- 토착민 반발 생기면 무력 제압
- 불평등조약 맺고 수탈식 무역
- 조선의 부산·인천, 中 광저우 등
- 각국에 상선·군함정박 항만 건설
- 거류지 형성하며 항구도시 성장

- 인천 개항장에 있던 존스턴별장
- 동북아서 활동하던 서양 상인들
- 네트워크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

■해상교역과 근대국가

지난해 12월 20일 자 국제신문 15면에 이진규 기자의 기사로 실린 ‘일본 나가사키현 역사탐방’의 일원으로 참가했었다. 이 여행에서 히라도(平戶)섬에 복원된 네덜란드 상관(商館) 건물과 상인 거류지를 보았는데, 이 조용한 작은 포구가 17세기 네덜란드를 비롯해 스페인, 영국 상인이 드나들며 교역했던 국제무역도시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1890년대 중국 상하이 와이탄 전경. 출처=중국 위키피디아
그런데 그 시기 전부터 동북아해역에는 이미 해상무역을 해왔던 동아시아인들 곧 ‘왜구’라고 불렀던 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서양 상인들과 교역했을 모습을 상상해보니 동서양의 만남은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에 이어 다시 동아시아 해상에서 이루어졌다는 자명한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당시 동아시아 각 왕조가 바다에서 교역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왜구’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8세기 들어 동북아해역에서 서양과 동아시아 상인들 간의 무역이 정부가 인정하는 항구에서 전개되기 시작했는데, 청나라는 광저우(廣州)였고 에도막부는 나가사키(長崎)였다. 동아시아 근대의 시작을 알린 사건으로 평가받는 아편전쟁은 실제로는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이러한 상인들 간의 교역에 마찰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 침략과 전쟁을 주도한 세력은 영국 의회와 해군이었지만, 이들을 움직인 것은 바로 자국민 그 가운데 영국 상인들이었다. 중국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영국 의회에 건의하고 해군을 파병하게 한 것이다. 이후 체결된 난징조약은 결국 자국 상인들과 국가의 이익을 획득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어쩌면 동아시아에서 근대는 바로 해상교역을 주도한 상인들 그리고 그들을 비호하는 국가의 무력에 의해 펼쳐졌다고 할 수 있다.

■상인들이 개척한 동북아 바닷길

1900년대 인천에 세워진 서양 건물 가운데 유명했던 존스톤 별장을 재현한 모형. 이 건물은 1950년대 소실됐다.
동인도회사의 무역 독점이 무너지고 지방무역상인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동북아해역의 교역장 확대에 대한 서양 상인의 요구는 한층 강해졌다. 동아시아 국가의 개항은 바로 이러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자유로운 무역을 바라는 서양 상인들은 동북아해역에서 더 많은 시장을 개척하러 먼바다를 건너왔고, 토착민의 반발로 걸림돌이 생기면 서양의 근대국가가 해군을 중심으로 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를 제압했다. 이후 불평등조약을 맺으며 자유롭고 공정해야 할 무역이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형태로 전환하고, 이런 조약을 계기로 해안 지역에 개항장이 형성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다수의 항구도시가 형성된다.

조선의 부산, 인천, 원산, 군산 등과 중국의 광저우, 상하이, 취안저우(泉州), 샤먼(夏門), 닝보(寧波), 그리고 일본의 가나가와(神奈川), 요코하마(橫濱)와 나가사키, 하코다테(函館) 등은 개항을 계기로 형성된 항구도시들이다. 이 항구도시는 전통과 서구가 공존하는 특이한 장소로서 동아시아 근대의 표본이 됐다. 이곳은 서구 상인의 무역을 위한 부대시설이 마련된 개항장 일대를 중심으로 한 곳과 그 지역의 상인을 비롯한 원주민이 사는 곳 등으로 구성됐다.

서양 상인들은 동북아해역 항구도시들을 점으로 연결하면서 교역했는데, 그들에게 배와 항로 그리고 항만 시설은 필수적이었다. 일찍이 서양 상선이나 군함은 동북아해역으로 향하는 원양항로를 개척했고, 동북아해역 내부의 항로 또한 열었다. 유럽과 동북아를 잇는 원양항로와 그 지선인 동북아 항로는 많은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고, 배는 범선에서 기선으로 발전했으며, 개항장에는 이러한 배를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도 갖추었다.

이런 가운데 서양과 동아시아를 잇는 정기항로가 우편선을 시작으로 개설됐다. 1850년 영국 P&O기선(汽船·Pennisular & Oriental Steam Navigation Co.)이 상하이~ 홍콩 간 정기항로를 개설해 기존 런던~홍콩간 연락망을 상하이까지 연장하고, 1859년 일본의 개항과 함께 상하이와 나가사키에 취항했으며, 1864년 상하이와 요코하마 간에 정기항로도 개설했다. 1861년에는 프랑스제국우선(郵船·Services Maritimes des Messageries Imperiale)이 사이공~상하이 간, 1863년 마르세유~상하이 정기항로를 개설하여 동남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상하이로 직접 연결했다. 1865년에는 상하이와 요코하마 간 정기항로를 개설해 종래 상하이 마르세유선과 연결했다. 1867년에는 미국의 태평양우선(郵船·Pacific Mail Steamship Co.)이 샌프란시스코와 홍콩간 항로를 개설하고 이 안에 요코하마와 상하이 등을 기항지로 설정했으며, 샌프란시스코와 홍콩 간 항로 개설과 함께 요코하마와 상하이 간을 지선으로 설치했다.

서양 상인이 설립한 양행(洋行)들이 직접 해운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1883년 8월 이화양행(Jardine, Matheson & Co.Ltd.)이 ‘상하이-부산-인천-나가사키’ 간 정기항로를 개설하여 매달 2회 운항했으며, 이화양행 외에도 청국의 윤선초상국(輪船招商局)과 독일의 세창양행이 상하이~인천 간 정기항로를 개설했다. 1876년 조선이 부산의 초량을 개항하면서 11월부터 미쓰비시(三菱) 기선회사가 ‘나가사키-고토(五島)-쓰시마-부산’의 우편선로를 매월 정기 운항했다. 다양한 정기항로를 바탕으로 서양 상인들은 동북아해역의 여러 항구에 지사를 두고 무역을 전개했으며, 이를 위해 여러 곳에 상관을 설치하고, 또 가까운 곳에 거류지를 형성했던 것이다.

■동북아해역의 조계네트워크

서양 상인들은 여러 개항지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형성했는데, 10여 년 전에 인천시에서 세운 건축물복원 계획안에 포함된 존스턴별장은 동아시아 각국의 개항장에 설치된 조계나 거류지를 잇는 하나의 거대한, 소위 조계네트워크를 보여줘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제임스 존스턴이 상하이공공조계 공부국 이사와 이사장을 지냈고, 상하이뿐 아니라 아시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이화양행의 경영자였다는 것, 존스턴별장 건립이 이화양행의 조선 진출과 관련되어 있으리라는 점 때문이다.

또 상하이의 유력한 독일 건축가 하인리히 베커(Heinrich Becker)의 배고양행(倍高洋行)에서 존스턴별장을 건축했고 칭다오(靑島)에서 활약한 독일 건축가 쿠르트 로트케겔(Curt Rothkegel)이 거기 간접으로 간여했으리라는 것, 또한 상하이 와이탄에 있었던 독일식 건축물 저먼클럽(Club Concordia)과 톈진, 칭다오 등의 독일 건축물이 그와 관계돼 있거나 적어도 동시대성을 띤다는 것 등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천각’으로 더 알려진 존스턴별장은 동북아해역의 개항장을 중심으로 무역업에 종사한 서양 상인들의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건물로 상징적 성격을 띤다. 동북아해역에는 이와 같은 서양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조계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었고, 그것이 상하이 와이탄을 비롯한 동북아해역의 개항 도시에 근대건축물을 통해서 드러났던 것이다. 개항장을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하는 작업은 종래 동아시아 근대를 늘 저항의 네트워크로만 바라봤던 시각을 재조정하는 일인 셈이다.

서광덕 부경대 HK 연구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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