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속예술계 “시대 변화 반영”
전통적으로 남성의 춤이었던 ‘동래한량춤’이 여성에게도 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민속문화의 시대 반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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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춤의 유일한 보유자인 김진홍 씨가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동래한량춤보존회 제공 |
부산시는 최근 동래한량춤(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4호) 전수 장학생으로 여성 두 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지역 고유 민속예술로 전승 보존되는 모든 장르(동래야류, 동래학춤, 동래지신밟기 등)에 성별 구분이 사라지게 됐다. 과거 남성의 춤이었던 동래학춤이 여성을 전수자로 인정한 데 이은 두 번째 사례다.
동래한량춤의 전수 장학생 여성 선발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배제는 차별’이라 판단하면서 이뤄졌다. 여성 무용가 A 씨 등이 지난해 부산시가 선발하는 무형문화재 전수 장학생에 동래한량춤보존회의 추천을 받아 지원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원 단계에서 배제돼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동래한량춤은 동래지역 한량들이 놀이판을 벌일 때 흥이 고조되면 즉흥적으로 추는 춤이다. 남성(한량)이 췄고 호탕한 춤사위와 도포 자락을 놀리는 몸짓이 돋보여 남성무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인권위는 무형문화재법 기본 원칙이 ‘원형 유지’에서 ‘전형 유지’로 바뀐 것을 근거로 여성 배제를 차별로 봤다. 무형문화재의 불변성을 의미하는 ‘원형’과 달리 ‘전형’은 무형문화재의 본질적인 특성을 유지하되 부수적인 요인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인권위는 동래한량춤의 ‘전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남성 무용가 계보로 전승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대표적 여성춤인 살풀이춤에도 남성 무용가인 이매방 씨가 보유자로 지정됐고, 동래한량춤과 유사한 경상남도 한량무에도 여성이 보유자 후보로 지정된 선례를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부산시에 시정을 권고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여 최근 여성을 전수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장학생은 5년간 월 25만 원의 장학금을 받고 동래한량춤 전수자로 활동한다. 이후 이수자, 전수교육조교, 예능보유자가 될 수 있다.
민속예술 전문가들은 민속 문화가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이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속 예술을 전승하려는 사람이 적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반영됐다.
유일한 동래한량춤 보유자 김진홍 씨는 “이번 사안은 여성 인권으로 볼 것이 아니다. 춤을 보는 온당한 접근 방식의 문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춤을 가장 빼어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계승자로 지정되어야 한다”며 “남성춤이라던 승무에도 여성인 한영숙 선생이 보유자로 지정됐고, 여성의 한을 풀어낸 살풀이춤에도 남성인 이매방 선생이 보유자가 됐다. 그만큼 깊은 예술성과 표현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생활 속에서 발달한 민속문화 분야는 시대 변화를 인정하고 반영하는 데 열려 있어야 한다. 여성이라고 못 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장도 “남녀가 아닌 춤에 대한 인간의 문제이다. 한계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를 뛰어넘는 예술성과 춤에 담긴 정신을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혜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 역시 “춤에서 시대 변화 반영은 늘 고민되는 문제다. 원형의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남녀 모두에게 문을 여는 것도 바람직한 흐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통의 원형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부산시 무형문화재(동래고무) 보유자인 김온경 전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이사장은 “남녀 모두 민속문화를 배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전수 장학생 이후 보유자로 선정되는 것에는 염려도 된다. 여성이 아무리 잘 춘다고 해도, 남성 신체와 동작의 특징이 돋보이는 동래한량춤을 최선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함께 좀 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짚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