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루체른 오케스트라’
- 베토벤 ‘운명’ 공연으로 개막
-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 압두라이모프 피아노 완벽
- 국내외 음악가 7일까지 향연
2019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으로 문을 열며 열흘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TIMF는 ‘운명(Destiny)’으로 올해 주제를 선정해 ‘운명’의 화두를 발견하도록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고향 통영을 그리워했으나 끝내 유해로 귀향할 수밖에 없었던 작곡가 윤이상의 운명도 자연스레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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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9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 공연 모습. 미하엘 잔덜링이 지휘하는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협연하고 있다. TIMF 제공 |
지난 29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 공연은 전석 매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 독일 지휘 거장 쿠르트 잔덜링(1912~2011)의 아들이자 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 수석지휘자인 미하일 잔덜링 지휘로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하인츠 홀리거 ‘장송 오스티나토’(아시아 초연) 연주를 맡았다. 공연 전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운명을 편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미하일 잔덜링의 말처럼 연주는 유연하게 물 흐르듯 이어졌다. 도입부부터 심각하고 비장한 분위기가 부각됐던 기존 연주와 다른 색채를 선보였고,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생동감 넘치고 유려한 연주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스타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28)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개막 공연 하이라이트였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젊은 연주자인 그는 압도적인 타건과 러시아 정서를 완벽하게 담아낸 연주로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화려한 테크닉과 스케일로 피아니스트들에게 고난도로 꼽히는 연주곡이지만, 젊은 연주자는 파워풀한 기량으로 오케스트라에 밀리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하모니를 가뿐히 만들어 냈다. 수차례 커튼콜 후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앙코르로 연주해 열광적 반응을 끌어낸 그는 공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첫 통영 공연에서 관객이 따뜻하게 맞아줘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막 공연이 끝난 늦은 밤까지도 공연은 이어졌다.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는 윤이상의 수제자였던 세계적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의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이 아시아 초연으로 공개됐다. 서양 오페라와 일본 전통 가무극 ‘노’를 결합한 작품으로 예술계 화두 중 하나인 ‘난민’을 담았다. 중동 출신 여성 난민이 등장해 일본 고대 혼령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노 가수 아오키 료코와 소프라노 사라 베게너가 출연했다.
완전히 다른 배경과 사연이지만, 전쟁의 비극과 상실이라는 정서가 공감대를 이루며 이질감을 해소했다. 벨기에 연출가 토마스 이스라엘의 비디오 아트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품의 배경을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지휘자 성시연이 이끈 TIMF 앙상블의 음악이 극을 안정되게 받쳤다. 서양 악기로 동양적인 음악을 연출하며 작품 속 시대, 국가, 장르의 결합이 이뤄졌다.
축제 첫 주말이던 지난 30, 31일 역시 통영에 많은 음악 팬의 발길이 이어졌다. 30일 오후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와 브람스 독일 레퀴엠은 평소 접하기 힘든 무대로 객석이 가득 찼으며,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함부르크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결성한 파베르제 퀸텟과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협연한 무대 또한 큰 관심을 끌었다.
2019 TIMF는 오는 7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펼쳐진다. 최고의 윤이상 전문 첼리스트 고봉인, 프랑스의 전설적인 하프 연주자 그자비에 드 메스트로, 현대 음악 전문 연주자들로 결성된 아르디티 콰르텟, 빠르게 떠오르고 있는 첼리스트 임희영, 지휘자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고음악과 현대음악 양쪽을 넘나드는 소프라노 서예리,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티스트가 된 김유빈, 국내외 실력파 단원으로 결성된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자세한 정보는 통영국제음악제 홈페이지(www.tim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