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작 보기
“내가 문학에서 위로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아프다. 내 글을 통해서 덜 아프고 조금은 수월하게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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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인들. 왼쪽부터 정희안(시) 윤애라(시조) 이알찬(동화) 강이나(단편소설) 씨.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202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인 4명의 공통된 소감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시 부문 정희안(본명 정미화·51), 시조 부문 윤애라(56) 씨, 단편소설 부문 강이나(본명 강희숙·47) , 동화 부문 이알찬(본명 이현희·45) 씨를 최근 만났다.
202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응모 인원은 총 726명. 시 부문 342명(1330편), 시조 120명(445편), 단편소설 133명(146편), 동화 131명(137편)이 응모했다.
평균 181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네 사람은 문학을 하는 즐거움과 간절함,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더 치열하게 글을 써내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이제 문학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의 ‘문학과 삶’에 대해 들었다.
# 시 부문 정희안 씨
- “3년 퇴고해 응모… 더 치열하게 쓸게요”
# 시조 부문 윤애라 씨
- “7전8기끝 당선… 공감하는 글 써야죠”
# 단편소설 부문 강이나 씨
- “독자와 소통하는 작품 꼭 내고 싶어요”
# 동화 부문 이알찬 씨
- “일기가 도움… 아이들 글로 위로하고파”
■문학이 내 속에 들어왔던 그 순간
정희안=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를 좋아했어요. 제 글이 좋다고 담임 선생님이 학급 게시판에 붙여놨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막연하게 시인이라는 꿈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후엔 사는 게 바쁘니까 다 잊고 지냈는데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문득 저 자신을 돌아보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10년 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윤애라=저 역시 시를 쓴 지 10년 됐어요. 시조를 공부할 때 선생님이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하루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무엇인가 이룰 수 있다는 그 말을 막연히 믿었어요. 도리어 충분히 준비가 안 됐는데 시인이 될까 봐 불안했어요. 신춘문예 응모는 이번이 8번째고 7전 8기 각오로 했어요.
강이나=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작가가 되려는 꿈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우연히 쓴 시가 칭찬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10년 전부터 신춘문예에 계속 응모를 했는데 당선되지 않아도 스스로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이알찬=저는 직장 생활을 18년 정도 하다가 2013년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게 됐어요. 어린이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동화 창작 수업을 듣게 됐고 첫 작품을 썼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막상 글을 써보니 매력을 느꼈어요. 중학교 때 시집을 만들었던 것, 20년간 일기를 썼던 것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등단하기까지
정희안=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랑 5, 6년 전부터 투고를 시작했어요. 2017년 한 언론사의 신춘문예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죠. 전공자도 아니었는데 그때 용기가 생겼어요. 이후에도 해마다 닿을 듯 말듯 2등을 했어요. 이번 당선작은 언어유희를 이용한 시예요. 제가 글을 읽을 때 오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독한 것을 메모하다 보니 노트가 금방 채워졌어요. 이를 재밌게 써볼까 해서 2016년 말에 처음 썼고 이후 여러 차례 퇴고를 거쳐 응모한 작품인데 당선됐어요.
윤애라=시조는 정형시라서 구를 맞춰야 해요. 그것이 마치 괄호 안에 답을 넣어야 되는 수학과 같다고 생각해요. 적확한 말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는 작업이 처음엔 힘들었어요. 옥죄어오는 그 속에서 기쁨도 컸어요. 일부러 더욱 고통스럽게 매달린 것 같아요. 저도 최종심까지 갔다가 떨어진 적이 있어요.
강이나=소설을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마음의 결핍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셀 수 없이 썼어요. 완성한 소설도 50편이 넘어요. 문학은 정답이 없는 작업이라 힘들 때도 많았어요. 좋은지 나쁜지 판가름이 안 되는 게 힘들었고…. 이번 당선작은 오랫동안 고쳐왔고 배경이 되는 비석마을도 수차례 답사하고, 천 번 정도 주인공 부부가 되어서 글을 썼습니다.
이알찬=신춘문예 당선인들의 소감을 봤어요. 빨리 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10년이 걸리더군요. 10년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2014년 시작해 6번째인 올해 당선 소식을 들었어요. 문학은 정답이 없지만, 생각하고 쓰는 작업 자체는 즐겁게 했습니다.
■나에게 글쓰기란
정희안=조용히 치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맞벌이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전업주부인데, 남편은 여전히 바쁘고 자녀들은 대학 졸업반이고 다들 사는 게 너무 치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글쓰기 역시 조용히 치열한 작업이죠.
윤애라=에디슨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사람은 천재가 아니고 어떤 환경에서도 계속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제게 있어서 글쓰기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어떤 환경에서도 계속해야 하는 일이에요.
강이나=다산 정약용 선생은 복숭아뼈에 세 번 구멍이 날 정도로 글을 썼다고 해요. 소설을 쓸 때도 그런 끈기와 인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 삼아 쓰는 게 아니라 잘하고 싶어요.
이알찬=제게 글쓰기는 느닷없이 닥쳐오는 아이디어, 생각들이에요. 평소에 집안일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상상을 많이 해요. 그럼 어떤 장면이 떠오르고 소재도 찾게 되고. 길을 가다가도 저의 모든 신경은 글쓰기에 꽂혀 있음을 느껴요.
■앞으로 써나갈 글
정희안=앞으로 더 치열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요즘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아픈 것 같아요. 제 글을 통해서 덜 아프고 수월하게 아픔을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윤애라=제 글의 주제가 ‘연민’이에요. 연민을 누추한 시선이 아닌 대상을 위로하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로 담고 싶습니다.
강이나=소설은 제가 쓰고 싶은 걸 쓰는 일기 같은 것이 아니고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읽기 편하고 독자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이알찬=지난해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난 후 당선작을 썼어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엄마가 돌아가시고 2년이 지난 상황이에요. 당시 글을 쓰면서 내 상황을 투영하고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아이들이 힘들 때마다 제 작품의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리고 위로를 받는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2020년 신춘문예 응모작 현황 |
부문 |
응모자 |
응모작 |
시 |
342명 |
1330편 |
시조 |
120명 |
445편 |
단편소설 |
133명 |
146편 |
동화 |
131명 |
137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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