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 오브 도그’ 감독상만 수상
- 첫 남우주연상 받은 윌 스미스
- 아내 탈모 조롱 시상자 뺨 때려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딸의 이야기를 그린 ‘코다’가 오스카 작품상 트로피를 안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코다(CODA)’는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을 뜻하는 말로,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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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윌 스미스가 암 투병 중 탈모로 삭발한 아내를 두고 심한 농담을 한 시상자 크리스 록의 안면을 강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2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다’는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했다.
반면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 ‘파워 오브 도그’는 감독상(제인 캠피언)만 수상해 아쉬움을 남겼다. 10개 부문 후보였던 ‘듄’은 촬영·편집·미술·음악·음향상 등 5개의 기술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만 해도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등을 비롯해 수많은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파워 오브 도그’는 작품상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6000여 아카데미 회원의 선택은 ‘코다’였다. ‘코다’의 작품상 수상은 지난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심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운 아카데미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지난 2년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중국인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가 연이어 작품상을 수상한 것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종 차별이나 보수화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떠올려 볼 때 긍정적 변화라는 평가다.
‘코다’가 OTT 업체인 애플TV플러스 작품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코다’는 극장 개봉 영화가 아닌 OTT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첫 번째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며 또 하나의 유리 천장을 깨뜨렸다.
작품상 외에 남우주연상 윌 스미스(‘킹 리차드’), 여우주연상 제시카 차스테인(‘타미 페이의 눈’), 남우조연상 트로이 코처(‘코다’), 여우조연상 아리아나 데보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오스카 트로피를 들었다.
지난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올해 남우조연상 발표 및 시상자로 참석한 윤여정은 특별히 수어와 함께 ‘코다’의 트로이 코처를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윤여정은 무대에 오른 트로이 코처에게 수어로 축하한 후 그가 수어로 수상소감을 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대신 들어주는 품격 있는 시상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서는 배우 윌 스미스가 장편다큐멘터리상의 시상자인 크리스 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크리스 록은 시상에 앞서 암투명 중 탈모로 삭발한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두고 과한 농담을 했는데, 이에 분노한 윌 스미스가 무대로 뛰어올라 크리스 록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후 윌 스미스는 남우주연상 수상소감 때 아카데미 시상식 측과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한편 시상식에서 배우들과 감독 등 참석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지원과 연대의 뜻을 나타내며 30초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시상식 참석자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금색 리본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