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둥이 아들·동생 지키는 가장役
- “출연했던 영화 자극적 소재 많아
- 아빠 되니 작품 보는 시선 달라져”
- 부산 남포동·영도 일대 로케이션
- 소시민의 정감 넘치는 일상 담아
- “촬영장 인근서 웨딩홀·뷔페 사업
- 고단한 스태프 위해 회식 쏘기도
- 출연료보다 더 쓴 것 같다” 웃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배우 정준호가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부터 부모 세대까지 다 같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 ‘어부바’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실제 늦둥이 아빠이기도 한 정준호가 가족 영화만의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커뮤니티 BIFF 올해 주목할 만한 개봉작으로 선정된 ‘어부바’는 늦둥이 아들과 철없는 동생, 그리고 자신의 분신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의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 영화다. 정준호는 늦둥이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고, 하나뿐인 동생의 일은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는 종범 역을 맡아 가족애와 부성애를 연기한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정준호는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어부바라는 단어는 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가장 대표적으로 느끼게 하는 단어다. 아마 60, 70년대에 태어난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라며 영화 제목에 내포된 따뜻한 가족애를 설명했다. 요즘은 거의 사라진 포대기를 두르며 아기를 업을 때 ‘어부바’라고 말하던 우리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이어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요즘 영화를 보면서도 재미를 느끼시겠지만 우리 영화 ‘어부바’는 메말라가는 가족 간의 사랑,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가족 간의 대화도 많이 없어진 시대에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저 없이 출연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집에 있는 아이들이 가장 생각이 났고, ‘어부바’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정준호와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어부바’와 50대 가장으로서 느끼는 무게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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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부바’에서 가족과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 역을 맡은 정준호. 그는 “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촬영하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은 배우들이 하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누아르 영화나 조폭 영화에 많이 출연했던 배우들의 경우 어린 자녀와 함께 극장에 가서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한다.
정준호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이제 아홉 살이 됐다. 일곱 살부터인가 제가 배우라는 걸 알게 되면서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 자주 묻더라. 그런데 출연한 작품들이 자극적인 소재가 많아서 막상 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더라.”
그런 아쉬움을 갖고 있던 차에 그에게 ‘어부바’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아버지가 되고 자식을 기르다 보니 가슴에 뭉클하게 남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극 중 종범을 보며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의 심리에 깊이 공감됐다. 흥행이 아닌 어떤 의미를 찾아 선택했다. 아들이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 가족이나 아들에게 이슈가 맞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영화를 알리고 홍보하는 입장에서 너무 아들하고 보고 싶은 영화라거나 가족 영화에 포커싱이 맞춰지면 교과서적인 영화거나 예상되는 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사랑을 나누고, 아픔을 보듬어 주고, 또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소소한 액션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코믹하고 다이내믹하게 그려진다”며 영화적 재미가 충분한 가족 영화임을 강조했다.
■가장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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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아들과 철없는 동생, 그리고 자신의 분신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의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 영화 ‘어부바’. 영도 및 자갈치 시장 부근 포구 등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았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
영화 속 종범은 일찍 아내를 여의고 홀로 아들을 키운다. 게다가 변변치 않은 동생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아들의 교육 문제를 홀로 결정해야 하고, 동생의 신혼집도 마련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아내와 아들의 추억이 묻어 있는 어부바호를 지키려면 더 큰 돈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종범을 비롯해 우리시대 가장은 외로운 존재다. 일을 다 처리하려 남한테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고, 아들을 위해서는 무릎도 꿇어야 한다. 마지막 결론은 가장이 내려야 되기 때문에 외롭다.”
정준호 또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사업가이며 배우이기에, 종범의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를 공감했다. “종범은 과묵하고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가정을 지키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상이다. 늦게 아들을 가졌다는 면이 저와 비슷했다. 공감이 많이 됐기 때문에 특별히 캐릭터를 연구했다기보다 내가 살아온 걸 되새기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힘든 가장 역할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준 것은 바로 아들 노마 역을 맡은 이엘빈이었다. “극 중 아들 노마는 마냥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가끔 인생사 다 겪은 어른처럼 한마디하는데, 엘빈이도 말수는 없었지만 너무 어른스러운 말을 한마디씩 했다. 그런 면은 또 우리 아들과도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 정준호는 성인 연기자든 아역 배우든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모든 연기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똑같은 연기자고, 똑같은 여건에서 자기 최대한의 연기를 뽑아내려 노력한다는 것을 이엘빈을 통해 새삼 느꼈다고 한다.
또 한 명의 조력자는 24살이나 어린 여자와 결혼하려는 철없는 동생 종훈으로 출연해 처음 호흡을 맞춘 최대철이었다. “코믹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끼가 많다. 배우로서 가진 것이 많아서 앞으로도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최대철의 시대가 올 것이다. 충무로가 주목해야 할 배우다.” 그는 평소에는 겸손하고 공손하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돌변하는 최대철을 보며 자주 감탄했다.
■부산을 담다
‘어부바’가 지닌 가족 영화의 정서를 아름답게 포장해준 것은 바로 부산 로케이션이었다. “부산에서 촬영하는 것이 로망이었다”는 최종학 감독은 ‘어부바’로 소원성취했다. 촬영 전부터 부산의 중구 남포동과 영도구 일대를 로케이션 장소로 염두에 뒀던 그는 부산의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부산의 소시민이 사는 정감 넘치는 일상의 장소를 스크린에 담았다. 제작진과 함께 실제 현지인보다 길을 더 잘 알 정도로 남포동과 영도 일대를 골목까지 직접 발로 뛰며 로케이션 장소를 찾아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자갈치 시장을 안고 있는 포구를 어부바호가 있는 곳으로, 중구청의 소개로 알게 된 실제 가정집이 종범 가족이 사는 집으로 섭외됐다.
정준호는 현재 부산에서 웨딩홀과 뷔페 사업을 하고 있어 부산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특히 지난해 ‘어부바’를 촬영할 때는 고단한 스태프를 위해서 한턱 크게 쏘기도 했다. “사실 제작비가 그리 넉넉지 않아서 제가 받은 출연료보다 회식비를 더 쓴 것 같다. 제가 운영하는 웨딩홀과 뷔페가 촬영장에서 한 20분 거리라 스태프분들이 시간 날 때 전체 회식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 크랭크인한 ‘어부바’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되도록 빨리 촬영을 마쳐야 해서 스태프들의 스트레스나 피로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정준호가 촬영 중간중간 마련한 회식을 통해 스태프들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부산에서 모든 촬영을 한 덕에 정준호는 예전에 알았던 장소도 다시 보게 됐다. “차로만 지나다녔던 영도를 이번에 1개월 정도 촬영을 하면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해운대 광안리 등이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지만 이제 영도 앞바다가 부산 최고의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영도 앞바다의 포구 모습은 옛 것과 요즘의 변한 모습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흰여울문화마을의 거리에서 촬영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곳은 마치 그리스나 크로아티아의 마을 같았다. 바닷가 언덕에 예쁜 카페도 많으니 부산에 오시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그는 올여름 휴가지로 영도를 비롯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부산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