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상·남녀조연상도 휩쓸어
- 신선하고 천재적인 영화 증명
- 배우 양자경 “희망의 불꽃되길”
- 반전영화 ‘서부전선’은 4관왕
2022년 영화 중 가장 신선하고 천재적인 영화로 꼽히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세계 최고 영화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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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배우와 제작진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제이미 리 커티스, 제임스 홍, 키 호이 콴(왼쪽 앉은 이), 양쯔충(양자경), 조나단 왕, 스테파니 수, 다니엘 콴(오른쪽 앉은 이), 다니엘 쉐이너트. 연합뉴스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모두 23개 부문을 두고 경쟁한 이날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원’)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부문 7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배우 부문은 남우주연상을 제외한 3개 부문을 휩쓸어 ‘연기 맛집’임을 과시했고, 감독상과 각본상, 편집상 수상으로 ‘신선하고 천재적인’ 영화임을 거듭 증명했다.
10개 부문, 11개 후보에 오른 ‘에에원’의 독주는 예견됐다. ‘에에원’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해 할리우드 업계를 대표하는 4대 조합 시상식을 휩쓸며 오스카 레이스에서 선두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 여부보다 얼마나 많은 부문을 수상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에에원’은 베트남 태생 배우로 1980년대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구니스’의 아역으로 친근한 키 호이 콴이 남우조연상을 안으며 수상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그는 “나는 굉장히 오랫동안 난민 캠프에 있었다. 보트에 타고 긴 여정을 거쳤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 올랐다. 이게 바로 아메리칸드림”이라며 “여러분의 꿈을 믿으셔야 한다. 나는 꿈을 거의 포기했었다. 하지만 여러분께 계속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는 소감을 울먹이며 전했다. 그의 수상 소감은 베트남 전쟁 당시 보트피플을 경험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해져 큰 감동을 선사했다.
‘에에원’ 배우들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은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 양쯔충(양자경)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오늘 밤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의 불꽃과 가능성이 되길 바란다. 큰 꿈을 꾸고, 꿈은 실현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여성 여러분,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에에원’은 미국에 이민 와 세탁소를 하던 에블린이 세무조사에 시달리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철부지 딸로 대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서 7개 부문을 수상한 모든 수상자는 이민자의 꿈이나 이민 1세대였던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공통으로 전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더 웨일’의 브렌든 프레이저도 고위 인사의 동성 성추행, 잦은 부상과 수술, 이혼으로 아픔을 겪은 개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소감으로 큰 인상을 남겼다. 그는 “고래만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 숨을 쉴 수 있다. 30년 전 영화업계에 뛰어들었고, 쉽지 않았다. 이 상을 통해 인정해 줘서 감사하다. 바다에 다이빙을 해서 공기가 물 위로 떠오르는 기분이다”고 말해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에에원’과 치열하게 경쟁한 독일의 반전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영화상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서부전선에 투입된 고향 친구 4명이 전장에서 겪는 참혹함을 그린 수작이다.
이밖에 정치색이 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해 눈에 띄었고,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의 주제가 ‘나투 나투’가 인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것도 의미가 있었다. 시상식에서는 ‘나투 나투’로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흥겨운 축하공연을 펼쳤는데, 영화 속 이 장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 대통령궁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뜻깊었다.
한편 8개 부문, 9개 후보에 오른 ‘이니셰린의 밴시’, 7개 부문 후보였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는 무관왕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