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가 예상대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주요 7개 부문을 받으며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개봉한 영화 중 최고 작품임을 입증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로 작품상·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두 손에 쥐고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미디언 지미 키밀의 사회로 예년보다 1시간 일찍 시작했다. 올해 관심은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후보작’이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11개 부문 후보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사이의 다관왕 경쟁이었다.
영화 ‘가여운 것들’에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엠마 스톤.
초반에는 ‘가여운 것들’이 미술상, 분장상, 의상상 등을 휩쓸며 단박에 3관왕 기세를 올렸다. 이후 ‘오펜하이머’가 편집상을 시작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남우조연상을 받고, 촬영상, 음악상에도 호명되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어 킬리언 머피가 남우주연상, 놀란 감독이 감독상을 거머쥐고, 마침내 작품상까지 모두 7개 오스카 트로피를 안으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영예는 ‘오펜하이머’가 차지했다. ‘가여운 것들’은 앞서 3개 부문에 더해 주연을 맡은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에 이어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타며 4관왕에 올랐다.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그린 ‘오펜하이머’는 ‘오스카 레이스’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북미 주요 영화상에서 이미 다관왕을 수상했기에 많은 이가 다관왕을 예상했다. 오스카 감독상을 처음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의 가능성을 봐주셨다. 최고 배우들과 함께했고 스태프, 촬영팀 또한 훌륭했다. 영광이다”며 배우, 스태프,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기쁨을 나눴다.
많은 한국 영화팬의 관심사는 작품상, 각본상 후보로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여부였다. 이 영화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이고, 주연을 한국 배우 유태오와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가 맡아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인의 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쉽게 상을 타지 못했다. 특히, 각본상은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나 ‘추락의 해부’에게 갔다.
올해는 ‘오펜하이머’ 외에 주인공이 또 있었다. ‘바비’에서 켄 역을 맡아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라이언 고슬링이었다. 마치 극 중 켄이 무대에 선 듯 핑크 의상을 입은 그는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객석의 모든 배우를 기립하게 했으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더불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감독상 시상자로 나서 놀란 감독과 포옹하는 장면이나 ‘대부2’ 50주년을 기념해 알 파치노가 작품상을 시상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또한 연기상 시상 무대는 전년 수상자를 비롯해 역대 수상자들이 단체로 무대에 올라 후보를 소개해 팬데믹을 극복한 할리우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려함과 영광을 되살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의 아픔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마리우풀에서의 20일’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을 때 포위당한 도시 마리우폴 이야기를 담았다. 무대에 오른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은 “이 상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며 “이 모든 영광을 바쳐서라도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죽이지 않게 된다면, 그리고 인질들과 나라를 지키다 감옥에 갇힌 군인들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 작품상 ‘오펜하이머’
△ 감독상 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
△ 남우주연상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가여운 것들’)
△ 남우조연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 여우조연상 다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 각본상 ‘추락의 해부’
△ 각색상 ‘아메리칸 픽션’
△ 촬영상 ‘오펜하이머’
△ 미술상 ‘가여운 것들’
△ 의상상 ‘가여운 것들’
△ 편집상 ‘오펜하이머’
△ 음향상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시각효과상 ‘고질라 마이너스 원’
△ 분장상 ‘가여운 것들’
△ 음악상 ‘오펜하이머’
△ 주제가상 빌리 아일리시·피니즈 오코넬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바비’)
△ 국제장편영화상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단편영화상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 장편애니메이션상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단편애니메이션상 ‘워 이즈 오버!’
△ 장편다큐멘터리상 ‘마리우폴에서의 20일’
△ 단편다큐멘터리상 ‘더 라스트 리페어 샵’